본문 바로가기

자본주의164

세상읽기 - <노동자의 책>/ 그렌펠 참사/ 상호교차성/ 임금체계 전지윤 ● 국가보안법을 이용한 마녀사냥의 황당무계함 6월 19일은 이진영 대표에 대한 국가보안법 집중 심리 첫날이었다. 아침 기자회견 이후 하루종일 재판이 진행됐는데, 이진영 대표가 ‘진보를 가장한 종북이며 국가전복세력’이라는 게 검사의 일관된 주장이었다. 이진영 대표가 겉으로 내세운 가치들은 모두 ‘위장’이며, 무장폭력혁명이 그의 ‘진의’라는 거였다. 그래서 이적표현물들을 목적의식적으로 배포했다는 것이다. 그 책들이 이적도서라는 건 2~30년 전의 판결들이 근거였다. 판사도 답답했는지 ‘어떤 게 이적표현물인지 리스트가 공표돼 있는 게 아니니...’. ‘그 책들을 만 명이 읽으면 만 가지 생각을 할텐데..’라고 했다. 하지만 검사는 ‘직접 언급하지 않아도 해석이 가능하다’며 이진영 동지의 ‘진의’를 확신.. 2017. 6. 21.
세계의 노동자들과 투쟁의 미래 비버리 실버(Beverly J. Silver)번역: 김민재 출처: https://www.jacobinmag.com/2016/09/workers-of-the-world/ 1920년대 노동조합 활동가들에게는 낙관적인 태도를 가질 이유가 별로 없었다. 전쟁 이후의 소요 가운데에서 치솟았던 노동조합 조직률은 절정에 다다른 후 급락했다. 논평가들은, 기술적 그리고 문화적 변화로 인해 노동운동은 ‘더 이상 필요 없는 구시대의 유물이 되었고 노동자들은 냉담해졌다’고 요란을 떨었다. “젊은 조합원들은 특히 노동조합을 시대에 뒤쳐졌다고 보고 있다.” 한 노동조합 관료는 1920년대 중반에 이렇게 한탄했다. 그러나 10년 후 나라 전체에 걸쳐 생산을 봉쇄하는 파업이 벌어졌고, 노동조합 조직률이 급등했다. 오래동안 노동운동.. 2017. 3. 9.
신자유주의는 정치적 프로젝트다 데이비드 하비(David Harvey) 인터뷰 11년 전 데이비드 하비(David Harvey)는 라는 책을 썼고 이 책은 지금 해당 주제에 대해 가장 자주 인용되는 책들 중 하나이다. 그 이후 몇 년간 새로운 경제 위기 및 금융 위기도 있었지만, 새로운 저항의 물결 역시 있었고 이런 물결들은 오늘날의 사회를 비판하면서 스스로 종종 “신자유주의”를 표적으로 삼았다. 코넬 웨스트(Cornel West)는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운동을 “신자유주의 권력에 대한 고발”이라고 이야기했다. 故 휴고 차베스는 신자유주의를 “지옥으로 가는 길”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노동운동 지도자들은 작업장 투쟁이 일어나는 보다 큰 배경을 묘사하기 위해 이 용어를 점점 더 자주 사용하고 있.. 2017. 1. 20.
국회는 ‘민의’를 수용했는가? - 촛불은 더 나아가야 한다 윤미래 국회가 아니라 거리의 촛불이 탄핵을 가능하게 한 동력이었다 단비 같은 승리다. 새누리당의 절반조차 박근혜에게 등을 돌렸다. 박근혜 탄핵안은 세월호 참사 당시 ‘박근혜의 7시간’이 공식적 탄핵 사유로 포함된 가운데 300명 가운데 무려 234명의 의원의 찬성표로 국회를 통과했다. 언론은 앞다투어 촛불의 승리를 선언했다. 많은 사람들이 ‘내가 일어서면 세상이 바뀐다’는, 그간에 너무나도 절실했던 희망을 다시 품고 있다. 그러나 이 승리에 대한 환성들 일부에는 ‘여기서 멈추자’는 메시지가 같이 담겨 있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탄핵 가결로부터 국회의원들은 우리가 움직이는 우리의 대표자이며, 국회는 민의를 수용할 능력이 있고, 한국의 정치제도는 신뢰할 만하다고 환호하고 있다. .. 2016. 12. 16.
한국의 뜨거운 겨울 - 커다란 역사적 가능성이 열리다 전지윤 이 글은 영국의 급진좌파인 rs21(Revolutionary Socialism in the 21st Century)에 필자가 기고한 글의 원본이다. 외국의 독자들을 위해서 좀 더 포괄적이고 일반적으로 지금 사태의 배경과 전망을 설명했다. 글을 영어로 옮기는 과정과 편집 과정에서 일부 문구가 달라지기는 했지만, 기본적으로 같은 내용이다. 이 글을 영어로 옮기고 다듬는 데 수고해주신 동지들과 부족한 글을 실어 준 rs21 동지들 모두에게 깊이 감사한다. 출처: https://rs21.org.uk/2016/12/09/revolutionary-reflections-a-hot-winter-in-south-korea-the-opening-of-an-historic-opportunity/ 한국 사회에 거대한 .. 2016. 12. 12.
청소년도 당신들과 동등한 동지들이다 - 운동 속의 나이주의, 왜 문제인가 정귀정현) 청소년 대중조직 준비를 위한 연대체전) 청소년 정의당 운영위원 [박근혜 퇴진 투쟁 속에서 주요한 주체중 하나인 청소년들을 무시하거나 차별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관련해서 좋은 글을 기고해 주신 정귀정 님에게 감사드린다.] 지난 11월 5일 열렸던 2차 범국민행동에서 가장 돋보였던 장면 중 하나는 중고생연대에서 조직한 청소년들의 집회였다. 교복을 입은 청소년들이 ‘중고생이 앞장서서 혁명정권 세워내자’라는 슬로건이 적힌 현수막을 들고 광화문을 행진하는 모습은 여러 언론에 오르내리며 대중의 큰 호응을 얻었다. 그러나 우려하던 대로, ‘기특한 아이들’, ‘어른들이 똑바로 못 해서 미안하다’와 같은, 보호주의적 관점에 머무르는 억압적인 발화가 집회 현장과 온라인상으.. 2016. 11. 14.
젠더, 계급, 인종 - 사회재생산과 상호교차성 지난해 11월 초에 영국 런던에서 이루어진 ‘역사유물론’(Historical Materialism) 2015 컨퍼런스에서 ‘사회재생산과 상호교차성’에 대한 토론 내용을 정리한 글이다. 여기서 콜린 윌슨(Colin Wilson)은 사회재생산의 개념을 소개하고 티티 바타차리야(Tithi Bhattacharya), 앨런 시어스(Alan Sears), 헤스터 아이젠슈타인(Hester Eisenstein), 케이트 데이비스(Kate Davies)와 리즈 보겔(Lise Vogel)과 이루어진 토론과 논의 내용을 요약하고 있다. 최근 강남역 사건으로 불거진 ‘여성 혐오’에 대한 관심과 고민이 많은 상황에서, 이 글이 자본주의와 여성 억압, 착취와 억압의 상호교차적 관계 등에 대한 더 진전된 고민과 토론에 도움이 되길.. 2016. 5. 28.
수면으로 올라온 여성 혐오, 여성과 남성의 연대투쟁이 필요하다 - 강남역 여성 살해사건에 부쳐 윤미래 17일 새벽1시 강남역 화장실에서 한 남성이 일면식도 없는 여성을 칼로 찔러 살해했다. 9시간만에 붙잡힌 범인은 ‘여자들이 자기를 무시했다’고 진술했다. 추가적 조사 결과 그는 실제로 화장실에 숨어 있는 동안 들어왔던 6명의 남자는 그냥 보내고 1시간여만에 처음 여성이 들어오자 그녀를 노려 비로소 살인을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다. 그는 조현병으로 4차례 입원한 경력이 있는 환자로, 의사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치료를 그만두고 길거리를 떠돌며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부지해 왔다. 처음에 언론들은 가해자에 대해서는 ‘목회자를 꿈꾸던 신학생’ 운운하며 온정적으로 보도한 반면 피해자는 ‘화장실녀’로 호칭하는 등 선정적으로 소비하기 바빴다. 새로운 일은 아니었다. 여성에 대한 폭력이.. 2016. 5. 23.
'불가피'한 것은 구조조정 반대를 위한 투쟁과 단결뿐이다 잘려나가는 조선·해운업 비정규직을 지켜내야 한다 전지윤 요즘 상황을 보자면 지난 4월 13일에 있었던 것이 ‘구조조정 찬반 투표’였던 게 아닐까 착각이 들 정도다. 총선 직후 세월호, 테러방지법, 청문회 얘기 등이 나오면서 야당이 뭔가 개혁을 할 것 같은 기대는 잠깐 생기지도 못하고 사라졌다. 그야말로 ‘3일 천하’였다. ‘문제는 경제다. 정답은 구조조정이다!’ 이게 민주당 김종인의 본심이었던 것 같다. 안철수와 국민당도 만만치 않지만 역시 ‘더’민주당이 ‘더’하다. 선거 패배의 책임과 주도권을 둘러싸고 늪에 빠진 새누리를 제끼고 두 야당이 구조조정, 즉 ‘경제 위기 고통전가’에 누가 더 적극적인지 경쟁하고 있다. 총선 전에 여야 합의로 원샷법과 기업구조조정 촉진법을 통과시킬 때부터 예고된 일이었을지 모.. 2016. 4. 29.
‘아래로부터의 사회주의’라는 시대정신 ‘아래로부터의 사회주의’라는 시대정신: ‘소련 이후’의 사회주의에 대한 짧은 생각 윤미래 소련 이후의 시대에 맑스주의자로 산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1980년대 후반 동구권 사회주의가 붕괴하면서 세계 계급투쟁의 판세는 크게 바뀌었고, 맑스주의는 공식적으로 실패한 이념이라 선언되었다.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역사의 종언을 선포했다. 한국의 운동은 90년대 중반까지 조금 더 명맥을 유지했지만 이내 체제내화의 길을 밟기 시작했다. 사회주의는 아주아주 별난 사람들이나 쓰는 케케묵은 사어가 되었고, 우리 세대는 자본주의 체제가 인류의 유일한 대안이라는 것을 사회적 상식으로 알고 살았다. 이 시대에 사회주의자로 산다는 것은, 역사적인 시류의 한 자락에 올라타는 것이 아니라 시류를 거스르는 ‘미친놈’이 되는 것을 감.. 2016. 4. 14.
기후변화의 재앙과 기후정의 운동의 과제 지난해 연말 프랑스 파리에서 유엔 기후변화 정상회의(공식 명칭 ‘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1])가 열렸다. 각국 정부와 주류언론은 이 회의에서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한 “야심찬(ambitious)” 협정이 체결됐다고 말한다. 당시 많은 ‘기후정의’ 활동가들은 11월 13일의 파리 테러 이후 프랑스 정부가 시위를 금지하는 상황 속에서도 대안적 전망을 요구하며 행동했다. 그들은 주요 국가 정부들이 고려한 것보다 더 나아간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사회주의자인 필 개스퍼가 이안 앵거스(Ian Angus)를 인터뷰해서 파리 기후협약 이후의 전망과 기후 정의 운동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들었다. 이안 앵거스는 캐나다 활동가이자 생태사회주의자 저널 의 편집자이고 .. 2016. 3. 7.
강탈당한 이들의 단결 브라이언 D. 팔머(Bryan D. Palmer) 언제나 노동계급은 강탈의 다양한 형태에 의해 분열되어 왔다. 그리고 노동계급의 강력함은 집단적인 힘에서 나온다. 이 글은 임금노동과 작업장을 중심으로 보는 협소한 관점을 넘어서 더 포괄적인 관점에서 계급과 계급투쟁을 분석하려 시도하고 있다. 이 글의 저자인 브라이언 D. 팔머는 캐나다에서 활동하고 있고 주요 저서로 (Revolutionary Teamsters: The Minneapolis Truckers’ Strikes of 1934)가 있다. 번역해 준 김민재 동지에게 감사드린다. 출처: https://www.jacobinmag.com/2015/07/palmer-marx-precarity-class-struggle/ 2011년 이집트 혁명에서 주역이었던.. 2016. 1.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