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공주1 영화) <한공주> ㅡ 피해자와 생존자 사이 이서영 영화의 초반부, 한공주는 곧 나가야만 할 집에 선생님과 둘이 서 있다. 그리고 그 집에는 제대로 돌아가지 않고 딱딱 소리를 내는 선풍기가 한 대 매달려 있다. 영화는 ‘밀양 성폭력 사건’이라는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고, 영화를 보는 모든 사람들은 그 ‘실화’에 대해 생각하고 있지만,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영화들이 흔히 빠지는 함정(이를테면 영화 《변호인》이 픽션이라고 초반에 밝혀놓고, 그 재판의 결과가 어땠다는 식의 자막을 깔아버리는 식의 문제들)에 빠지지 않는 데에 성공했다. 영화는 관객의 눈앞에 고통을 전시하지도 않으며, 심리적인 강요를 하지도 않는다. 이 영화가 가장 뛰어나게 포착한 장면은 바로 한공주라는 개인이다. 모두가 그녀의 영혼이 산산조각 났을 것이라고 예상할 만큼, 우리 모두의 .. 2014. 5. 15.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