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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압과 차별109

좌파 남성의 페미니즘 실천/ TERF에 관한 짧은 생각 윤미래 ● 진보·좌파 남성의 페미니즘 실천 “운동장이 기울어져 있다면 서로 힘을 모아 그 운동장을 바로 잡는 것이 옳지 않나. 운동장을 기울게 한 적도 없고, 그 기운 운동장으로 인해 변변한 혜택도 받은 적없는 애먼 사람들에게 죄를 추궁하고 페널티를 가하는 것이 아니라.” 한 (남성) 페친분이, 아마도 페미니즘을 겨냥한 것으로 보이는 단문을 페이스북에 올렸는데, 나는 이 말에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힘을 모으기 위해서는 불평등의 수혜자들이 최소한 불평등에 편승하지 않으려는 노력이라도 해야 한다고 답하고 싶다. 소위 말하는 “정체성 정치”로서의 페미니즘 - 시스젠더 중심적·성본질주의적으로 정의된 ‘여성’이라는 정체성을 중심으로 한 신자유주의적 이익집단 정치 - 의 틀에서 벗어나 혁명적 이념으로서 페미니즘을- .. 2017. 11. 28.
상호교차성 페미니즘에 관한 단상들 윤미래 이 시대에 진보는 무엇인가 에서 전희경은 진보가 특정한 사회세력이나 집단의 전유물이라는 관념을 비판하면서 한, “진보는 진보하려는 에토스다”라고 말했다. 그 비판 자체는 매우 타당하고, 그걸 깨닫지 못한 사람들이 노동자의 이익이면 그저 일단 주장하고 노동자의 입장이면 지지하고 보는 것이 옳은 일인 줄 아는 노동자주의자가 된다. 그러나 그 대안이 ‘진보하려는 에토스’다? 그것은 평상시에는 진보를 상상할 여유조차 없는 수많은 근로 계급의 극빈자들보다 선량한 중산층 화이트칼라나 인텔리를 더 진보적인 주체로 놓게 되는 사고다. 그것은 자기 계급 특권과 지식 권력을 돌아보지 않음으로써 상대적으로 특권적인 주체의 특성을 곧 진보 그 자체와 등치한다는 점에서 남성 조직노동자와 그 동맹자들이 주장하는 노동자주의.. 2017. 11. 23.
성소수자 마녀사냥과 혐오선동의 그 입을 다물라! 박철균(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선전국장) 1. 어제(10월 13일) 나는 국회 보건복지위 국정감사에 참관을 다녀왔다. 거기서 제일 황당했던 것은 동성애가 에이즈의 온상인 양 그 이전부터 대대적으로 호모포비아 발언을 쏟아 붇고 있는 염안섭(수동연세요양병원) 원장이 증인으로 나온 것이었다. 물론 이런 사람을 증인으로 신청한 건 자유한국당이었다. 2. 염안섭은 마치 기회가 됐다는 듯이 온갖 자료들을 가지고 와 신나는 성소수자 마녀사냥을 퍼붓기 시작했다. 동성애자 만남 어플이 있느니, 청소년들이 돈을 벌려고 동성애자가 아닌데도 접촉해서 에이즈에 걸렸느니, 그것 때문에 항문이 심하게 손상됐다느니, 그것 때문에 에이즈 감염율이 높다느니... 여기까지도 어처구니가 없었다. 에이즈는 성소수자만 걸리는 병이 아닐 뿐더러,.. 2017. 10. 14.
혁명적 페미니즘이 세상을 구한다 혁명적 페미니즘이 세상을 구한다: 상호교차성 페미니즘에 대한 소고 윤미래 채식주의자나 의제강간 연령 저하에 반대하는 청소년, 상호교차성 페미니즘의 지지자들을 ‘운동권’이라 딱지붙이고 비난하는 글이 여성주의 단행본에 실렸다는 소식을 얼마 전에 들었다. 이것은 전무후무한 에피소드가 아니라, 오히려 앞으로의 경향을 예고하는 작은 신호일 가능성이 높다. 지금 한국에서 상호교차성은 명실공히 여성주의의 언어로 자리잡고 있으며, 좌파가 상호교차성에 접근하는 것은 아직까지 좌파 이념의 발전보다는 여성운동과의 대화를 위한 '외국어 익히기'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한국에서 상호교차성 페미니즘 운동을 할 수 있는 사회적 기반이 얼마나 존재하는지를 생각하면, 이러한 합의가 앞으로 얼마나 더 지속될지는 의외로 확답하기.. 2017. 8. 31.
스톤월의 메아리 - 기다리지 말고 싸워라 남수경 [이 글의 필자인 남수경은 미국 뉴욕에서 도시빈민, 이주민, 여성, 성소수자 등을 대변하는 공익인권변호사로 일하고 있으며, 법률서비스노동조합(Legal Services Staff Association UAW/NOLSW)의 조합원이다. 대구경북지역 독립 대안 언론인 에 실렸던 글(http://www.newsmin.co.kr/news/21707/)을 다시 옮겨서 실을 수 있도록 허락해 준 필자와에 감사드린다.] 2017 퀴어문화축제 포스터 미국에서 6월은 성소수자 자긍심의 달(LGBTQ Pride Month)이다. 성소수자들이 차별에 맞서 싸워온 역사를 기념하는 다양한 행사와 행진이 미 전역에서 벌어진다. 48년 전 일어난 스톤월 항쟁으로 시작된 성소수자 자긍심 행진은 이제 전 세계 주요 도시에서 해.. 2017. 6. 28.
‘위안부’ 문제의 본질? - 사죄와 배상을 생략할 수 없는 이유 윤미래 박유하 교수가 '위안부' 문제의 본질을 발굴했으며 사람들이 이것을 외면하고 있다는 언설을, 다름아닌 포스트모더니즘 담론을 수용한 사람들이 하는 것은 비유할 사례를 찾기도 어려울 만큼의 역설이다. 사물의 의미는 사물 자체로서 주어진 것이 아니라 해석에 의해 부여되는 것이고, 따라서 본질은 하나가 아니라 여럿이며, 현재의 정치적 사회적 상황에 맞게 계속 재해석 재규정되고 협상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야말로 포스트모더니즘 인식론의 가장 강력한 합리적 핵심이다. 신자유주의자, 문화적 보수주의자, 국가주의자, 저항적 민족주의자, 국제사회주의자, 여성주의자가 본 '위안부' 문제의 본질은 다 다를 수밖에 없고 이것은 사람들이 제 욕망을 위해 현실을 왜곡할 때뿐만이 아니라 오로지 사실만을 채택하며 가능한한 많은 사.. 2017. 6. 26.
“사랑이 혐오를 이긴다”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하여 윤미래 “사랑이 혐오를 이긴다”는 슬로건은 모범적인 동시에 한계적이고, 운동이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 두 면을 모두 보아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혐오는 반정립이 아니라 정립이다.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는 그냥 무분별한 증오가 아니라 차별적 배제적 신념의 표현이며 그 핵심은 '성은 더럽고 함부로 해서는 안 되며 정결하고 애정이 깃든 것이어야 한다'는 관념이다. 맞든 틀리든 그것은 단순히 소극적, 부정적인(negative)인 거부가 아니고 오히려 적극적, 긍정적인 (positive) 가치의 단언이다. 거기에 대해 '남이사 뭘 하든!'으로 응대해봤자 더더욱 윤리도덕 상실한 것처럼 보일 뿐이고, 호모포비아들의 세계관을 재확인시켜줄 따름이다. '이것은 사랑이다'라며 동성애의 의미를 전환해버리.. 2017. 6. 24.
99%를 위한 페미니즘 논쟁 - 더욱 깊고 더욱 넓게 질라 아이젠스타인(Zillah Eisenstein) 번역: 김영재 / 교정: 윤미래 [올해초 트럼프 취임에 맞추어 1·21 국제여성행진이 벌어졌고, 그것은 3·8 국제여성파업으로 이어진 바 있다. 그 직후 여성주의 학자인 카타 폴리트(Katha Pollitt)가 국제여성파업을 주도하는 활동가들에게 토론을 제기했고, 이것은 그것에 대한 답변이다. 이처럼 페미니즘이 어느 한가지에 집중할 것이냐, 교차되는 다양한 억압과 차별에 반응할 것이냐는 논쟁은 이 나라에서도 비슷하게 토론돼 왔다. 이 글은 서로를 설득하기 위한 차분한 방식 속에 그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글의 필자인 질라 아이젠스타인은 ‘작가, 교수, 활동가, 백인, 반인종주의 페미니스트’라고 자신을 소개하고 있다.] 출처: https://medium... 2017. 6. 12.
상호교차성을 놓친 미국의 주류 성소수자 운동 앤디 태이어(ANDY THAYER) 번역: 윤미래 [이 글은 미국의 주류화된 성소수자 운동이 기성 양대정당중 하나인 민주당과 거액 기부자들에 의존하면서 어떻게 억압받는 성소수자들의 실제적 문제에서 소홀하게 됐는가를 다루고 있다. 이것은 성소수자 운동이 여전히 가혹한 억압 속에 투쟁과 연대에 앞장서고 있는 한국의 상황과는 매우 다르다. 하지만, 다양한 억압과 착취를 상호교차적으로 접근하는 관점의 중요성을 고민하게 한다. 여성주의 안에서도 이와 관련된 논쟁은 계속돼 왔다. 이 글의 필자인 앤디 테이어는 성소수자 인권을 위한 미국의 직접 행동그룹인 ‘게이해방네트워크’(Gay Liberation Network)의 공동창립자이다.] 미국의 추악한 비밀을 폭로한 위대한 트랜스여성 첼시 매닝 출처: http://ww.. 2017. 5. 30.
여혐민국의 강간문화 - 홍준표와 ‘강간모의의 추억’ 남수경 [이 글의 필자인 남수경은 미국 뉴욕에서 도시빈민, 이주민, 여성, 성소수자 등을 대변하는 공익인권변호사로 일하고 있으며, 법률서비스노동조합(Legal Services Staff Association UAW/NOLSW)의 조합원이다. 대구경북지역 독립 대안 언론인 에 실렸던 글(http://www.newsmin.co.kr/news/20809/)을 다시 옮겨서 실을 수 있도록 허락해 준 필자와에 감사드린다.] 르네 마그리트의 '강간' - 성적 대상화의 폭력을 잘 보여 준다. ‘강간 문화(rape culture)’라는 말이 있다. 1970년대 2세대 미국 페미니스트들이 만든 말이다. ‘강간 문화’는 여성에 대한 성폭력이 쉽게 용인되거나 대수롭지 않은 일 또는 정상으로 여겨지는 사회 환경을 뜻한다. 여.. 2017. 5. 21.
혐오를 덮기 위해 혐오를 일으키는 차별의 나라 - 강남역 여성혐오 살인도, 바른정당 선거운동 성추행 사건도 다 장애인 탓인가 박철균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선전국장) 여전한 여성 혐오 사회 강남역 10번 출구 살인 사건이 일어난 지 벌써 1년이 되었다. 이 사건이 아직도 의미가 있는 것은 지금껏 차별과 혐오에 숨 죽여 왔던 여성들이 이 사건을 계기로 “여자라서 죽었다. 내가 죽을 수도 있었다”며 희생된 여성을 추모함과 동시에 소위 ‘여성 혐오’로 가득한 사회를 바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행동에 나섰기 때문이다. 학교, 직장 혹은 일상에서 마주치는 성폭력에 대한 폭로 및 규탄이 여기저기 얘기됐고, 낙태죄 폐지와 같은 여성의 권리를 향한 아래로부터의 행동이 시작됐다. 그럼에도 남성 중심적이고 여성을 차별하고 혐오하는 사회는 강남역 사건 1년이 지난 .. 2017. 5. 16.
설렘, 매혹, 사랑, 연애에 대한 짧은 생각 윤미래 1. 지금의 사회는 남성 또는 여성이라는 사회가 정해준 지정성별을 기준으로 노동을 분배한다. 그것은 남성에게 상품과 재화의 생산노동에 대한, 여성에게 돌봄 등 재생산노동에 대한 일차적 책임을 부과한다. 이처럼 재생산노동을 개별 가정과 특히 여성에게 떠넘김으로써 여성을 남성에게 종속적인 상태로 만든다. 그것은 또한 이러한 상태에 조응하는 방식으로 인간 관계에 필요한 노동(관계노동)과 성적 교류에 관한 노동(성적노동)을 조직한다. 즉 남성을 욕망의 담지자, 지배하는 자, 독립된 자로, 여성을 타인의 욕망에 대한 봉사자, 돌보는 자, 관계에 매인 자로 규정하고, 이러한 역할 분담에 기반하여 여성과 남성에게 각기 다른 관계노동과 성적 노동을 할당한다. 이것은 지금의 사회가 사회적 평등과 개인의 개성 발현.. 2017. 5.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