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세상을 향한 연대 :: “LGBT 정치는 세상을 넓게 보고 더 급진적이 돼야 합니다”

인터뷰·정리 허승영


[지난 6월말 한국을 방문한 폴린 박(Pauline Park)과 인터뷰한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폴린 박은 한국계 입양인 트랜스젠더 활동가로 1997년에는 ‘뉴욕 이반/퀴어 한국인들’을 창립한 바 있고 현재 뉴욕 젠더인권옹호연합 (New York Association for Gender Rights Advocacy – NYAGRA) 회장이자 뉴욕 퀸즈프라이드하우스 (Queens Pride House) 운영위원장이다. 스스로 ‘남성의 몸을 한 여성’이라고 정의해 온 폴린 박은 성소수자 권리와 해방을 위해서뿐 아니라 사회변화와 진보를 위한 투쟁에도 앞장서 왔다. 인터뷰와 통역, 편집에 큰 도움을 준 남수경 동지에게 특별히 감사드린다.]   


많은 사람들이 폴린을 트랜스젠더 활동가로 생각할 텐데요. 폴린에게는 많은 정체성이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소개해주세요.


나는 LGBT 활동가입니다. 미국 내에서 LGBT 운동은 하나의 협소한 이슈에 집중돼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더 광범위한 이슈들에 관심이 있습니다. 저의 활동은 페미니즘과 현존하는 다양한 정치, 경제, 사회적 문제에 대한 진보적이고 급진적인 비판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나의 현 체제에 대한 비판의 일부는 신자유주의를 겨냥하고 있습니다. 나는 미국 국내뿐 아니라 해외 문제에도 관심이 많습니다. 일반적으로 연결돼 있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연결된 문제에 관심이 많습니다. 


최근 몇 년 동안 많은 관심을 가진 문제는 이스라엘 · 팔레스타인 문제입니다. 나는 ‘이스라엘의 아파르트헤이트에 반대하는 뉴욕 퀴어들’(New York City Queers Against Israeli Apartheid)이라는 단체를 공동으로 만들었어요. 우리는 미국 전체에서 딱 2개 있는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에 반대하는 LGBT 단체 중 하나입니다.(사진 설명: 방한 기간 중 터키 대사관 앞 성소수자 탄압 규탄 기자회견에 참가한 폴린 박)


그런 활동은 특히 시온주의 조직들의 중심지인 뉴욕에서는 대단히 도전적인 것입니다. 나는 첫 번째 LGBTQ 미국 대표단의 팔레스타인 투어에 참여했습니다. 2012년 1월이었습니다. 저는 이번 방한 기간에 특히 한국·팔레스타인 연대 미팅에도 참여해 강연할 예정입니다. 그 미팅에서 저는 미국 LGBTQ 대표단의 팔레스타인 투어뿐 아니라 LGBT 운동의 관점에서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에 대한 비판적 문제제기를 할 것입니다. 


내 LGBT 정치는 도발적이고 급진적입니다. 내가 주로 비판하는 것은 미국 내 LGBT운동이 기업화되고 계급협력화 되었다는 점입니다. 내 관점은 미국 내에서 잘 볼 수 없는 것입니다. 왜냐면 제가 커밍아웃한 유색인종 트랜스젠더여서 만이 아니라 제가 체제의 성과 젠더에 대한 억압에 대한 비판뿐 아니라 그런 성과 젠더에 대한 억압이 어떻게 기업이나 정부 권력의 금권정치화, 신자유주의에 연결돼 있는지를 말하기 때문입니다. LGBT운동은 현재 권력 지형에 영향을 받아서 체제 내화된 측면이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팔레스타인 문제와 LGBT 문제를 떨어져 있다고 생각하는데 폴린은 왜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까? 


저는 3가지 이유를 얘기하고 싶습니다. 

첫째, 미국에서 LGBT들이 내는 세금이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을 지원하는데 쓰인다는 점입니다. 둘째, 많은 LGBT 팔레스타인인들이 이스라엘 점령하에서 살고 있습니다. 


셋째, 왜냐하면 이스라엘 정부가 자신들이 LGBT 문제에 대해서 진보적이고 많은 노력했다고 주장하면서 팔레스타인에 대한 불법적인 점령을 정당화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을 ‘핑크워싱 pinkwashing’이라고 부릅니다. (이스라엘의 핑크워싱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은 폴린의 다음 글을 참고하시오. http://www.paulinepark.com/2015/01/qaia-the-pinkwashing-of-the-nyc-council-trip-to-apartheid-israel/ - 편집자)




최근 동성 결혼 허용이 발표되고 오바마가 그것을 지지하면서 화제가 됐습니다. 동성 결혼 합법화 판결을 지지하고 환영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만, 동시에 오바마 정부의 한계가 있다면 무엇인지 말해주세요. 


오바마가 조지 부시보다 LGBT 등의 사회적 이슈에서 좀 나아보이지만, 실질적으로 나을 것이 없습니다. 어떤 면에서는 더 나쁘기까지 합니다. 오바마가 부시보다 더 못한 것들에 대해서 말하겠습니다. 


첫째, 불법 이민자 추방입니다. 그는 재임기간 동안 [부시 정부보다] 2배 이상 더 많은 이민자들을 추방했습니다.


둘째, 드론 공격입니다. 그는 아프카니스탄과 파키스탄에서 부시보다 4배나 더 많은 사람들을 드론 공격으로 살해했습니다. 


셋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문제입니다.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과 아파르트헤이트 정책에 대한 지지라는 면에서 오바마는 조지 부시보다 전혀 나을 것이 없습니다. 오바마가 벤야민 네타냐후에 대해서 반대 의사를 표명한 사안은 이란 핵 협상뿐이었습니다. 


왜냐면 만약 네타냐후의 뜻에 동의한다면 미국은 이란과 전쟁을 해야 한다는 걸 뜻했습니다. 그랬다면 오바마 정부는 치명타를 입었을 것입니다. 미국 내 이란과의 전쟁을 반대하는 여론이 80% 이상이나 되었습니다. 


하지만 지난 여름 오바마 정부는 이스라엘의 가자 지구 학살에 대해서 지지를 보냈습니다.  오바마는 억압적인 바레인 정부의 민주화 운동에 대한 폭력진압을 지원한 것과 마찬가지로 이스라엘을 지지했습니다. 


네 번째로 오바마가 더욱 나쁜 것이 있습니다. NSA (National Security Agency)가 국내외적으로 불법적인 도청과 감시를 확대한 것입니다. 


다섯 번째가 국제무역에 대한 것입니다. 그는 국회에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rans-Pacific Partnership)을 강력하게 밀어 붙였습니다. 그 협정은 미국이 지금까지 했던 어떤 무역협정보다 더 반(反)환경적이고 반(反)노동적인 것입니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오바마는 부시만큼 나쁘거나 몇 부분은 더 나쁜 것도 있습니다. 제 생각에 힐러리는 (대통령이 된다면) 더 나쁠 것입니다. 저는 ABH (Anybody But Hillary!: 힐러리만 아니면 누구라도)입니다. 실제로 제 페이스북에서 사람들과 가장 많이 논쟁이 붙는 것이 오바마, 힐러리, 팔레스타인 문제입니다 (웃음). 



그렇다면 LGBT 활동가들이 정부와 맺는 관계는 어떠해야 한다고 보시나요.  


저는 많은 LGBT 활동가들이 정부와 맺고 있는 관계에 대해서 비판적입니다. 정부는 LGBT 활동가들을 백악관으로 초대하면서 그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는데 그 결과 활동가들이 정부에 끌려가게 됩니다. 미국 내 많은 LGBT 활동가들이 그런 것에 대해서 단호하지 못합니다. 많은 LGBT활동가들이 맹목적으로 민주당을 지지합니다. 그러나 민주당은 공화당만큼 부패한 정권입니다. 


민주당은 공화당에게 돈을 주는 똑같은 기업들에게서 정치자금을 받고 있는 당입니다. 그래서 민주당이 여성 문제나 LGBT 문제에서 조금 나아 보일지라도 공화당과 거의 차이가 없습니다. 오바마 정부에 대해서 의존적으로 관계를 맺기 시작하면 LGBT 문제든 다른 문제든 오바마 정부에 문제가 있을 때 비판하기 어려워질 것입니다.


내가 가만히 있지 않고 비판적일 수 있는 것은 독립적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보통 다른 사람들이 하지 않는 말을 합니다. 내 관점은 민주당에 대해서 비판적입니다. 실제로 오바마의 LGBT 정책은 많은 한계가 있습니다. LGBT 문제만으로 국한해 보더라도 오바마가 실제로 한 일은 별로 없습니다. 저는 LGBT 문제를 사회의 다른 문제들과 연결해서 넓고 비판적으로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오바마가 LGBT 문제에서 보인 한계를 좀 더 자세하게 말씀하게 말씀해주시겠어요? 


먼저 오바마는 LGBT 반차별법을 의회에 통과시키는 데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았습니다. 고용이나 취업에서 차별을 금지하는 법안(Employment Non-Discrimination Act)이 있었는데, 오바마는 이 법안이 의회에서 통과하도록 하는데 아무런 노력도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주택이나 공공장소에서의 LGBT 차별에 반대하는 것 등을 포함하지 않는 그저 직장에서의 차별을 반대하는 제한된 법안이 상정되었지만, 오바마가 지지하지 않아서 통과되지 않았습니다. 


오바마가 LGBT에 대해 몇 가지 일을 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군대 내의 ’묻지도 말하지도 말라 (Don’t ask, don’t tell)’는 정책을 폐지하는 법안에 서명하여 동성애자들의 군복무를 허용한 것입니다. 하지만 그 법은 성적 지향성 (sexual orientation)만을 포함하고 젠더 아이덴티티 (gender identity)는 포함하고 있지 않아서, 여전히 트랜스젠더들은 군 복무를 할 수 없습니다. 그가 6년 반 집권하는 동안 의회의 동의 없이도 대통령 행정명령을 발동해 군대 내 트랜스젠더에 대한 차별을 철폐할 수 있는데도 하지 않고 있죠. 


동성애 결혼을 지지하는 것도 자신의 재선 때가 돼서야 말한 것입니다. 오바마 정부가 클린턴이 서명한 결혼수호법 (The Defense of Marriage Act - DOMA)에 대한 지지를 철회한 것도 대법원이 위헌판결을 내리기 바로 직전이었죠.


그가 유일하게 동성애 결혼 합법화에 대해서 실질적으로 기여한 것은 두 명의 친 LGBT 성향을 가진 법관들을 연방대법원 법관으로 임명한 것입니다. 하지만 다른 이슈에 대해서는 주저하고 해야 하는 일에 비해서는 많이 부족했습니다.  



그렇다면 마지막으로 LGBT 운동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서 말씀해주시겠어요?


미국에서는 동성애자들의 처지가 그들이 살고 있는 주나 지역에 따라 법적인 면에서나 사회적 분위기가많이 다릅니다. 한국보다 미국은 지방분권적이고 분산되어 있습니다. 보통 사람들의 일상에서는 주법이나 지방자치법이 더 중요합니다. 


제가 뉴욕에서 LGBT 관련 법률 투쟁을 이끈 적이 있습니다. 제 생각은 반차별 법안도 중요하지만 그 이상으로 더 나아갈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급진적 사회변혁에 대한 전망을 갖는 것입니다. 흔히 얘기되는 성과 젠더에 대한 이분법에 도전할 필요가 있습니다.  


미국의 많은 활동가들은 트랜스젠더 문제를 의학적으로 접근합니다. 트랜스젠더 아이덴티티의 문제를 일종의 의학적 상태로 보는거죠. 하지만 저는 그런 접근 방식에 대해서 반대합니다. 내 성 정체성에 장애가 있는 것이 아니라 이 사회 자체가 성 정체성 장애를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사회의 젠더에 대한 이해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합니다. 성 호르몬을 주입 받거나 성전환수술을 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트랜스젠더 정체성과 억압의 문제를 성과 젠더에 대한 이분법, 성과 젠더에 대한 억압이라는 더 커다란 문제 속에서 봐야 합니다. 그것은 사회에 대한 우리 관점의 급진적 변화 뿐 아니라 사회 자체의 급진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많은 트랜스젠더 활동가들이 광범위한 사회 문제들에 대해 비판하는걸 두려워합니다. 왜냐하면 그 사람들이 좌파정치나 급진정치에 연관 되는걸 두려워하기 때문이거나 또는 다른 일반적인 문제들을 비판하면 그나마 현재 트랜스젠더 공동체가 누리고 있는 작은 혜택조차도 줄어들까봐 두려워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매우 단견입니다. 


예를 들면, 저는 트랜스젠더들이 의료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에 많은 노력과 시간을 쓰고 있지만, 트랜스젠더 문제를 성전환수술이나 성호르몬을 받는 것으로 제한해서는 안 됩니다. 미국이 왜 선진국 중 유일하게 전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국가 의료보험이 없는 나라인지 질문해야 합니다. 왜 우리의 의료시스템이 기업의 이윤추구 시스템의 모델을 따라야 하는지 질문해야 합니다. 사람들의 기본적인 필요에 기반을 둔 시스템이 아니라 기업들의 이윤을 좇아가는 시스템인지 근본적인 질문해야 합니다. 


흔히 ‘오바마 케어’라고 불리는 ‘어포더블 케어액트 (Affordable Care Act)’에는 많은 한계가 있습니다. 거기에는 일부 긍정적인 측면이 있기는 하지만, 실제로 영리 의료 체계에 더 많은 고객을 끌어다 주었습니다. 실제로 많은 대기업들이 오바마 케어 덕분에 횡재를 했습니다. 


미국에서 의료 문제에 대한 가장 간단한 해결방법이 있습니다. 지금 저소득층에게 제공되는 공공 ‘메디케어’를 모든 사람들에게 확대하는 것입니다. ‘메디케어’는 저소득층이나 노인들에게 거의 무료로 제공해주는 의료 서비스입니다. 그것이 현재 의료보험이 없는 모든 사람에게 혜택을 줄 수 있는 방법입니다.


만약 ‘메디케어’를 전면적으로 확대하고, 의료체제에 성과 젠더에 기반한 모든 차별을 없애는 법안을 만든다면 모든 사람이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LGBT들에게도 이익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오바마는 그런 선택을 생각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그가 사회주의자라고 불리는 것을 두려워했기 때문입니다. 우익들이 정부가 운영하는 모든 사회적 프로그램을 사회주의라고 비난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어떤 면에서 모든 의료체계 자체가 사회적입니다. 문제는 누가 그것을 통제하고 이익을 보느냐입니다. 불행히도 미국의 많은 LGBT 활동가들이 테이블에서 떨어지는 빵 부스러기에만 관심을 두고 전체 빵을 어떻게 먹을까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습니다. 


사람들이 저를 위험한 인물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제가 던지는 질문들이 다른 사람들이 하지 않거나 소수만 하는 질문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저들은 저를 매수할 수 없습니다. 많은 활동가들과 달리 저는 시장이나 의원이나 대통령의 보좌관이 되기를 원치 않거든요. 


하지만 다행히도 극소수지만 독립적인 목소리들이 아직 있습니다. 저는 LGBT 운동이 정부와 기업으로부터 이렇게 독립적인 목소리를 내고 사회전반에 문제제기를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변혁재장전과 함께 고민을 나누고 토론해 봅시다http://rreload.tistory.com/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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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다른세상을 향한 연대 변혁 재장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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