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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과 보고

5월 3일 세월호 참사 첫 촛불 대중집회 후기

by 다른세상을향한연대 2014. 5. 4.

서범진

1. 


5월 3일 오후, 오늘도 시청 앞에는 합동분향소에 조의를 표하기 위해 들른 이들로 길고 긴 줄이 세워져있었다. 기적을 비는 노란리본, 슬픈 체념 속에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노란리본들 시청 이곳저곳을 가득 채웠다. 이 날씨 좋은 날, 사람들은 나들이를 나와놓고서도 차마 밝게 웃지를 못했다. 살아있는 우리가 즐겁게 웃어도 되는걸까. 숙연함이 마음을 무겁게 눌렀다. 지켜주지 못해 미안했다. 내 잘못이 아닌 걸 알지만, 그래도 또 미안했다. 


광장 한 켠에서는 희생자 추모를 위해 "참여연대"의 그림 소모임이 걸개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노란 바탕에 많은 사람들이 밝게 웃고 있는 걸개 그림 위로, <만약에>라는 제목이 붙었다. 세월호의 희생자들이 살아있었더라면, 그들도 우리처럼 밝게 웃으면서 이렇게 있었을 거라고. 



2.


미안한 마음이, 그리고 그 미안함의 진짜 출발이 어디인지 아는 사람들은 더 이상 자리에 앉아 푸념만 하고 있는 것이 견딜 수 없었다. 나도 그랬다. 며칠 전에 오늘 저녁에 촛불시위가 잡혔다는 것을 알았고, 드디어 무언가 할 수 있다는 사실이 기뻤다. 이미 이 날 오후 2시부터 "가만히 있으라"는 손팻말을 든 5백여명 이상의 사람들이 침묵시위와 행진을 위해 홍대 앞에 모여들고 있었다. 며칠 전 있었던 "가만히 있으라" 시위가 다시 열린 것이었다. 이들은 국화꽃을 들고 거리를 걸으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무언가 해야할 시점임을 웅변했다. 홍대를 돌아 명동을 돌아, 저녁이 되었을 때 이들은 광화문에 이르렀다. 


그리고 그 시각 청계광장에는 세월호 참사 원탁회의가 주최한 집회에 수천명의 사람들이 운집해있었다. 시민들의 자유발언에는 깊은 슬픔이 묻어났지만, 이대로 슬퍼만 할 수 없다는 강한 힘 또한 서려있었다. 무언가를 해내야 한다는 의지가 이글이글 타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불을 들고 행진을 시작하려했을 때, 대열은 족히 5천명은 되어 보였다. 황금 같은 연휴, 수많은 사람들이 서울을 빠져나간 토요일 저녁에 이렇게 슬픔 이상의 무언가를 바라는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3. 


전날 법원 판결 덕인지 행진은 경찰의 심각한 제지를 받지 않은 채, 인도와 차도 한 두 차선 정도를 이용해 비교적 원활하게 이뤄졌다. 행진 대열은 청계광장에서 출발해 종로 한복판을 거쳐 명동을 통과했다. 그리고 을지로를 거쳐 시청 뒷길을 통해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소위 시민들로 이뤄진 대열의 집회가 이렇게 서울 도심을 활력있게 행진한 것도 참 오래간만이었다. 작년 국정원 스캔들 집회가 한창 커졌을 때와 비교하면, 당시 집회들이 이 집회보다 규모는 몇 배 더 컸지만, 그래도 내 기억에 도심을 행진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주최 측에서 나눠준 것으로 보이는 손팻말의 구호는 "박근혜는 책임져라", "아이들을 살려내라"였지만, 시위 참가자들의 분노는 팻말보다 훨씬 거셌다. 대열 여기저기에서 "박근혜는 퇴진하라"는 구호가 터져나왔다. "아이들을 살려내라"는 구호를 외칠 때는 정말 지난 2주 동안 우리 가슴에 응어리져있던 모든 울분이 토해지는 느낌이었다. 개인적으로 참여한 사람들이 많아보였고, 특히 젊은 여성들과 교복을 입은 청소년들의 참가가 눈에 띄었다. 가장 열심히 구호를 외치는 것도 그들이었다. 


엊그제 메이데이 집회에서 비슷한 코스로 도심 행진을 했었는데, 당시 민주노총은 추모 분위기와 '국민 정서'를 의식해 공식적으로는 구호를 외치지 않았었다. 이 집회의 활력과 목소리는 결과적으로 민주노총 집회의 그것을 압도했다. 정부의 책임을 묻고자 하는 공분이 쩌렁쩌렁 명동과 종로 한복판에 울려퍼졌다. 우리 모두를 무력감에 빠트렸던 이 끔찍한 참사가 또 다른 새로운 사건으로 거듭나는 소리인 듯했다. 지켜주지 못한 미안함에서 행동하는 책임감으로. 


시위는 9시쯤 마무리되었다. 사회자는 내일도 모이자고 호소했다. 내가 알기로 다음 집중 집회는 5월 10일 토요일 저녁이다. 그리고 아마 이 분위기대로라면, 그 사이에도 많은 집회와 행사들이 잡힐 것 같다. 다음 주에는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 것 같다. 그렇게 믿는다. 또 그렇게 만들어나가야할 것이다. 




4. 


시위 상황에 대한 감상 외에, 시위의 전망과 관련해 몇 가지 들었던 단상들을 정리해 덧붙인다.  


여전히 전체 대중을 압도하는 정서는 슬픔이다. 슬픔과 정부와 체제에 대한 분노를 연결시키는 사람들도 있고, 그렇지 않은 채 그저 무정형의 절망감이나 체념에 머무르는 사람들도 있다. 비율로 보자면 물론 여전히 전자가 후자보다 상대적으로 적어 보인다. 그러나 전자의 숫자는 결코 적지 않고, 후자가 전자에 전염될 가능성도 지금 상황에서 적지 않다. (박근혜 정권에 대한 지지율은 40% 대로 역대 최저 수준이다.) 더구나 전자의 사람들은 아직 거리에서 자신의 규모를 충분히 드러내지 않았다. 따라서 새로운 변수가 생기지 않는다면 앞으로 1~2주일 동안 시위 규모는 성장세일 가능성이 높다. 특히 지난 보름동안 응축된 사람들의 울분이 너무 강해서, 일단 이것이 정치화하게 되면 그 폭발력은 상당할 것이다. 더구나 선거가 코앞이다. 야권과 자유주의 개혁언론 등이 적절한 수준에서 이 정서와 운동을 활용하고자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운동이 확대 지속되지 못하거나 제한적으로 그칠 조건들도 꽤 있어 보인다. 


첫째, 대중의 자신감이 여전히 충분히 회복되지 않았다. 2008년 촛불의 패배와 박근혜 정권의 당선은 진보개혁 대중의 자신감을 크게 떨어트렸다. 물론 그럼에도 사람들의 분노와 불만은 계속해서 켜켜이 쌓여왔다. 그리고 이런 것이 중간중간에 국정원 시위나 철도 파업 등 다양한 형태의 저항으로 분출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투쟁들은 분명한 성과를 내지는 못했고, 계속 저들과 엎치락뒤치락을 반복하는 양상으로 이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야권은 지리멸렬했고 진보정당은 분열한 뒤 마녀사냥 당했다. 그 결과, 대중의 정치적 불만을 공식 정치권 차원에서 효과적으로 대변하고 이를 통해 (그 자신이 의도했든 하지 않았든) 거리 운동의 사기를 끌어올릴 정치 세력이 존재하지 않게 되었다. 지난 해 국정원 쟁점 때도 보았듯이, 특히 민주당계는 아무런 도움이 못된다. 더구나 최근 간철수와 손잡음으로써 더 우경화했으면 우경화했지 그 이 전보다 딱히 나아진 상황이 아니다. 이런 점들은 대중의 자신감과 시위 지속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둘째, 시위의 목표와 로드맵에 대한 좌파적 고민이 필요하다. 이 시위가 무엇을 성취하려 하는가와 그것이 가능해보이는가의 문제는 잠재적 시위 참가자들에게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유가족들은 어제 "믿을 수 있는 분들의 특검"을 요구했다. 오늘 진도 팽목항을 찾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한 유족은 "해수부 장관을 가만 둘거냐"고 항의했다고 한다. (물론 보도 전달의 한계나 당시 상황 상 이 정도의 분노 수준이 곧 유족 전체의 정서라고 볼 수 있는지는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 다른 한 편으로는, 새누리당까지 포함한 정치권 일부에서는 국정조사를 추진하려 한다고 한다. 


아마 야권에서는 분노한 대중 정서의 일부를 타고 올라, 특검이나 "엄정한" 국정조사 정도를 요구하면서 이 쟁점을 지방선거 캠페인으로 가져가려 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아마 시민사회단체들도 이런 요구를 시위의 공식 요구로 공유할 가능성이 높다. 

한 편, 여권에서는 자신들에 대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국무총리 사표 수리와 기타 관계 책임자 처벌을 조속히 추진하고, 다른 한편으로 청해진해운과 선장 처벌을 통한 꼬리자르기(여기에 아마도 다급하다면 대통령의 한 차례 정도 더의 사과 제스쳐 추가) 정도로 위기 국면을 마무리하려 할 가능성이 크다. (물론 그들이 그렇게 꼼수를 동원한다고 해도 현재로선 서울 박원순 등 구심점 후보가 있는 곳에서는 지방 선거 패배를 면하게 쉽지 않을 것이다.


어찌됐든 이런 방식으로 사태가 전개되다면, 진보좌파세력은 그 안에서 어떤 방식으로 운동을 보다 더 전진시키고 그 성과를 남길 수 있을까? 이에 대한 고민이 분명 중장기적 차원에서 필요해보인다. 물론 진보세력의 당면 과제는 추모 정서와 슬픔 속에 다소간 머뭇거리는 대중들을 더 많이 거리로 불러내 보다 큰 규모의 시위를 건설하는 것일게다. 그러나 이 과제가 만일 성공적으로 추진된다면, 필연적으로 시위의 목표와 로드맵은 점점 더 중요한 문제로 떠오를 것이다. 


섣부른 추측일 수 있지만, 현재로서 나는 아마 이 시위가 십중팔구 광우병 시위만큼 커지지는 못할 것이고, 낙관적으로 봤을 때 작년 국정원 수준 이상의 운동으로까지는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일부 시위 참가자들은 "박근혜 퇴진"을 요구하고, 물론 나도 이 정서를 지지하지만 아마 그것이 실제 가능한 수준까지 운동이 강력해지지는 못할 것이다. (정권 퇴진은 그야말로 엄청난 규모의 대중 시위가 벌어지거나 노동자 투쟁이 거리 시위에 결합되어야 가능해진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광우병 시위 이상의 대중 동원이나 노동자들의 정치 파업 발생 가능성 모두가 가능해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아마 시위의 공식 요구가 무엇이든, 이 구호는 많은 사람들에게서 비공식적으로 계속해서 외쳐질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 시위가 마무리될 때 시위 참가 대중이 느끼기에 그 스스로가 무엇이든 작더라도 스스로의 힘으로 성과를 냈다는 확신을 얻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가능하다면 그것이 단지 선거적 성과에 그치는 것이 아니기를 바란다. 지금 진보대중에게는 스스로의 힘에 대한, 그리고 승리에 대한 경험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그래야 다음 전투에서 우리가 훨씬 더 유리한 고지에 설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좌파들의 단결과 종북마녀사냥에 맞선 단결이 무척 중요해질 것이다. 시위의 규모를 보고 정부도 대응을 고심하기 시작했을 것이다. 오늘 박근혜 대통령이 진도로 내려가 유족들을 만난 것도 심상치 않게 돌아가는 민심의 반영이라고 할 수 있다. 며칠 전 언론이 보도했듯이, 할머니 포옹 기획과 국무회의 사과는 청와대가 당혹스러워할 정도로 여론을 악화시켰다. 여기에 유족 대표가 성금을 중지하고 사실상 정치적 연대를 호소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입장글을 발표하기도 했다. 어제 시위 규모는 정부의 고민을 더 깊게 만들었을 것이 분명하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손쉽게 정부에서 활용할 수 있는 카드는 역시 종북마녀사냥이다. 실제로 어제 시위 대열과 주최 측에는 NL 동지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정부와 보수언론은 행동으로 분출하기 시작한 추모 열기를 당장 '순수한 추모'와 '정치적 추모'로 갈라치기 할 것이고, '이성적인 추모'와 '감정적이고 선동당한 추모'(아마 다이빙벨 논란이나 괴담론 등을 적절히 활용할 것이다)를 구분하려 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종북좌파 프레임을 강력하게 적용하려 할 것이다. 


최근 '안녕들하십니까' 열풍 이래로, 진보좌파들 사이에서 그 스스로가 조직적 대오의 일부로서보다 '순수한 시민',개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강조하는 경향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물론 이런 움직임은 대중의 의식의 눈높이에 맞춰 진보좌파들이 자신들의 문제의식과 진정성을 보다 설득력있게 드러내기 위한 한 시도로서 높이 평가받아야 마땅하다. 그러나 이 방식이 효과적일 때가 있다고 해서, 이것이 하나의 원칙처럼 격상되어서는 안된다. 운동의 진로 문제에 대한 토론이 벌어질 때, 그리고 무엇보다 조직 좌파와 NL에 대한 마녀사냥이 벌어질 때, 우리는 단지 '개인'인 것처럼 초연하게 굴어서는 안된다. 그렇게되면 운동이 분열해 약화되고 자기검열에 빠지는 것을 막기 어려워질 수 있다. 모든 진보좌파 단체와 그 소속의 개인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대중'과 '운동권'을 분리하려는 마녀사냥에 맞서 싸워야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NL과 PD 등 정파를 막론하고 이 운동에서 우리 모두가 단결하려 애써야 한다. 최근 집회에 참석하는 시민들을 보면, 일부 PD 성향 활동가들이 적극 참가하는 "가만히 있으라" 행진이든, 일부 NL 활동가들이 적극 참가하는 저녁 집회든 가리지 않고 편견없이 모두 개방적으로 참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적잖은 시민들이 단지 추모 분위기를 넘어선 저녁 집회의 활력과 정치적 분명함에 매료되고 있음도 발견하게 된다. 이런 좋은 가능성을 발전시켜서, 운동 내의 분열이 일어나지 않도록 애써야 한다. 


5. 


마지막으로, 이 시위와 직접적 연관은 없지만 역시나 연결되어 있는 다른 정치적 고민에 대한 기록을 덧붙이고자 한다. 


내가 아는 한, 일부 활동가들은 지난 해 철도파업에 고무되어 올 해 노동자들의 춘투가 크게 활력을 띌 것이고 이것이 정부에 맞선 중요한 운동이 되리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 최근 철도 강제 전보 조치에 맞선 투쟁의 불발과 이번 세월호 참사에서 드러났듯이, 이런 전망은 다소 부정확했던 것이 아닌가 싶다. 물론 세월호 참사에 맞선 운동의 궤적은 아직 결정되어 있지 않고 결말도 나지 않았으므로, 이 운동이 일단락되었을 때 보다 정교한 평가를 시도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심스럽지만 나는 한국에서 당분간은 여전히 산업투쟁의 전국적 영향력보다 정치 투쟁, 거리 운동의 파급력이 더 클 수 있다는 내 개인적 예측이 입증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영향력 있는 좌파 단체라면, 거리 정치 투쟁이 정세 전체에 갖는 영향력을 객관적으로 분석하고(설령 거리의 운동이 그 자체의 힘만으로는 한계에 부딪히는 경향이 있을지언정) 이에 개입해야할 필요성을 섣불리 경시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이런 투쟁을 통해 다수의 사람들이 각성하고 조직 운동의 일부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노동운동의 현실과 관련해, 나는 두 가지 현상에 주목하고 있다. 


첫째, 지난 몇 년동안(2006년 이후) 산업 투쟁 자체의 영향력과 규모가 전반적으로 줄어드는 추세였다. 이 점은 아래 그림 표에서 노사분규로 인한 근로손실일수 통계를 보면 분명히 드러난다. 이 통계를 보면 "노동계급의 귀환"은 과거형이 아니라 미래형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 예측은 노동운동이 다툴만한 쟁점들이 산적해있다는 진단을 근거로 한 것이다.  이 지적은 올바르고 근거가 있다. 우리는 이 쟁점의 추이들에 대해 면밀하게 추적해 나가야한다. 다만, 정부의 공격이 순차적으로 이뤄질 수도 있고, 예기치않은 사태(이번 세월호 사태 등과 같은 정치 쟁점의 부상 등. 견고한 지지율이 보여주는 것과 달리, 박근혜 정부의 잠재적인 정치적 불안정성은 그동안 계속 상당히 높은 편이었다. 박근혜 정부의 통치 정당성의 위기와 취약성은 정치쟁점의 부상 가능성을 언제나 예비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로 지연될 수도 있으며, 무엇보다 공격이 이뤄질 경우에도 어떤 방식으로 노동운동이 대응할지 라는 주관적 변수 문제가 존재한다. "귀환"에 대한 전망이 그저 낙관적이기만은 어려운 이유다. 아마 노동운동은 나름의 대응과 반격을 하겠지만, 이것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질지, 특히 노조관료의 취약성에 맞서 현장조합원의 주도력이 발휘될지, 또 이를 통해 노동운동 전체로 공세적 기운과 자신감이 확산될지는 다소 별개 문제다. 이 점을 예측하는 데 있어서는 노동운동의 현재 상태와 약점에 대한 정확한 인식과 분석이 필요하다. 그래야 그에 대한 더 철저한 대비와 보다 효과적인 개입도 가능해진다. 

  

(아래 그림의 출처는 http://www.index.go.kr/potal/main/EachDtlPageDetail.do?idx_cd=1512)





둘째, 평조합원들과 노조관료의 세력균형에서 평조합원들이 우위에 있지 않다. 이 문제를 정확히 살펴보려면 아마도 한국 노사분규에서 비공인 파업이 일어나는 비율과 그 증감추이를 몇 년동안 분석해보면 될 것이다. 그런데 최근 철도노조의 상황이나, 지난 해 전교조의 연가파업이 수월하지 않았던 것 등을 보면 일단 사례에서 봤을 때 현장조합원의 자신감 수준이 노조관료를 뛰어넘을 수준이 못된다는 것이 거의 분명해 보인다. 이런 현상은 비단 한국만의 문제는 아닌 듯한데, 영국도 2011년 연금 쟁점을 둘러싼 총파업이 벌어지는 고무적인 일이 있었지만 여기서도 현장조합원들이 노조 관료의 영향력 아래에서 독립적인 이니셔티브를 행사하지 못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경제위기의 심화에도 불구하고, 노동운동이 그 전투성을 발휘해 충분히 전국을 뒤흔들지 못하고 있는 지금 상황에 대해 어떻게 보아야할까? 나는 경제위기 시대에 노동자 투쟁이 핵심적인 중요성을 가질 것이라고 생각하고, 또한 이 노동운동의 힘이 전체 운동의 향방에 큰 중요성을 가질 것이라고 믿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그 반대로 바로 그 점 때문에 나는 지금의 현상이 분석을 요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오늘날의 노동운동의 상태는 우리에게 무엇을 보여주며, 이에 따라 우리들은 무엇을 해야하는가? 


물론 이런 분석에 대해 고민하는 것과 별개로, 나는 노동운동이 더 전진하기를, 특히 세월호 참사에 관한 정치 운동이 좋은 성과를 내서, 경제투쟁에 좋은 자극을 주길 바란다. 그리고 더 좋기로는 노동운동의 힘이 지금의 세월호 참사 운동에서도 중요한 기여를 했으면 한다. 이번 메이데이 행진은 그런 점에서보면 좋은 사례였고 훌륭한 징검다리 역할을 해주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