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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압과 차별103

노동자연대 지도부는 괴롭힘을 중단하고 사과하라 전지윤 ● 포기하지 않고 문제제기할 것이다 최근에 성폭력 사건의 주변인로서 고민을 나누는 2개의 모임에 연달아 참석했다. 노동자연대 지도부가 아직도 반성, 사과하지 않고 생존자(피해자)를 계속 괴롭히고 있는 사건의 연대자로서 말이다. 참석하면서 느낀 것은 성폭력 사건에서는 생존자 못지않게 주변인도 고통과 상처를 받는데 충분히 주목받지 못해 왔다는 것이다. 나만해도 이들 모임에서 같이 이야기를 하면서 몇 가지 트라우마가 남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 중 하나는 수백명의 활동가들이 같이 있던 단톡방에서 노동자연대 간부가 공개적으로 ‘거짓말과 비방을 하고 있다’고 나를 매도하는데도 그걸 반박하면서 나를 방어해주는 목소리가 없었던 경험이다. 또 마찬가지로 수백명의 활동가들이 같이 있던 단톡방에서 내가 노.. 2019. 11. 25.
왜 ‘99 퍼센트를 위한 페미니즘’이 중요한가 [최근 몇 년 동안 성폭력과 직장내 괴롭힘에 맞서는 인상적인 시위에서부터 스페인, 폴란드, 그 밖에서 국제 여성의 날을 기념하는 대규모 파업에 이르기까지 노동계급의 여성 운동이 급진전하고 있다. 이러한 행동들은 힐러리 클린턴 같은 사람들이 촉진해 온 자유주의적이고 개인주의적인 변종을 넘어서 반체제적 페미니즘으로 가는 길을 가리키고 있다. 한국에서도 학교비정규직 투쟁, 톨게이트 투쟁 등은 사회적 재생산을 둘러싼 여성들의 투쟁의 중요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 새로운 물결의 표현 중 하나는 ‘99%를 위한 페미니즘’에 대한 대중적 선언이다(Verso Books, 2019). 그것은 페미니즘이 계급투쟁의 대안으로서 마주 서 있는 것이 아니라 자본주의와 모든 형태의 억압으로부터 자유로운 세계를 위한 싸움에서 결정적.. 2019. 11. 1.
페미니즘과 반성폭력 운동을 옹호하며 전지윤 ● 페미니즘과 반성폭력 운동에 대한 왜곡과 공격 최근에 노동자연대 분들이 박가분 씨, 오세라비 씨 등의 책들을 추천하고 격찬한 것이 논란이 된 것을 봤다. 이 책들이 담고 있는 페미니즘과 반성폭력 운동에 대한 공격을 “돌직구”라거나 “예리한 통찰력”이라고 높이 평가한 것이다. ‘마르크스주의와 맞닿는 부분이 있다’고도 했다. 새삼스럽진 않다. 노연 분들의 페미니즘에 대한 태도가 저 필자들이나 책들과 가까운 점이 많기 때문이다. 노연 분들은 기본적으로 페미니즘이 계급투쟁을 분열, 약화시킨다고 보며, 남성 여성의 단결을 추구하는 게 진정한 마르크스주의라고 생각한다. 이처럼 젠더 모순을 부차화시키며 기계적 단결을 추구하는 입장도 있을 수 있고 토론해 봐야 한다고 본다. 진짜 문제는 노연의 이러한 행보 속.. 2019. 9. 30.
멀지만 가야 할 길 주윤아(성평등 민주주의를 꿈꾸는 교육노동자) [(http://hrights.or.kr/gasi/?uid=11908&mod=document&pageid=1)에 실렸던 글을 다시 옮겨서 실을 수 있도록 허락해 준 필자에게 깊이 감사드린다.] 미국 조지아주(Georgia)에 사는 친구 집에 다녀왔다. 그곳에서 지역의 박물관과 명소를 둘러보는 동안 아주 인상적인 부분이 있었다. 큐레이터가 여성 운동이나 위인에 대한 소개를 해 주거나 관련 내용이 대체로 전시되어 있다는 점이었다. 애틀랜타 히스토리 센터에는 그 지역 출신의 여성 활동가나 여성 참정권 운동에 대한 역사가 소개되어 있었는데 그 중 애틀랜타(Atlanta) 출신인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작가 마거릿 미첼(Margaret Mitchell)에 대한 새로.. 2019. 9. 25.
케어 파국에 관한 소고: 조금 더 나은 공존을 위하여 페미니스트 프리즘 케어 파국에 관한 소고: 조금 더 나은 공존을 위하여 윤미래 정신 질환을 앓는 주변 사람을 둔 경험이 있는지? 정신 질환자들, 특히 증상이 극심하거나 자살 경향성이 높은 이들은 일상 생활을 영위하는 것 자체에도 많은 힘과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에 주변에 있는 사람은 위로하고, 함께 있고, 식사, 생활을 챙기고, 관계망에서 적응을 돕는 등 돌봄 노동을 자의로든 타의로든 부담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종종 한 사람들 둘러싸고 여러 사람이 이러한 돌봄을 분담하면서 케어자들의 네트워크가 형성되기도 한다. 이러한 관계들은, 많은 경우 우리의 예상과 달리, 인간의 따뜻함이나 선의보다는 오히려 타인과 도움을 주고받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가르친다.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되어 있다”는 .. 2019. 9. 20.
20대 남성과 성평등 그리고 페미니즘 [지난 7월 6일에 ‘다른세상을향한연대’가 주최한 토론회에서는 ‘한국사회에서 청년 남성들 사이에서 페미니즘에 대한 거부감이 커지고 있다’는 주장과 현상들을 검토하면서 어떤 관점과 대안이 필요한지 함께 모색하는 토론이 이뤄졌다. 이 토론회에서 박노자 선생님의 발제를 녹취해서 정리했다. 이 문제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는 분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몇 개월 전에 아주 놀라운 통계 하나를 봤습니다. 한국사회의 제일 중요한 갈등이 무엇이냐라고 여론조사했을 때는 20대들 중에서 50% 넘게 ‘성갈등’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비교하자면 빈부격차라고 답한 사람은 20% 미만이었습니다. 아무래도 한국사회의 빈부격차는 지금 같으면 남미 수준에 거의 임박하고 있고 대부분 OECD 국가에 비해서 훨씬 심각하고. 그런데도 불구.. 2019. 7. 31.
언제가 될까. 해방이 일상인 것처럼 되는 세상이 박철균 이희호. 항년 96세. 가히 1세기 가까운 세월동안 온갖 한국사의 질곡을 경험했었으리라.그리고 옆지기가 죽고 난 후 10년의 세월을 더 살면서 이 사회의 변화, 움직임, 운동을 또 경험했으리라. 그럼에도 그 편치 않았고 자갈밭 같으셨을 인생 고생 많으셨습니다. 편히 쉬시길. 지금은 명복을 빌겠습니다. 고인이 활동하던 1950년대 여성 운동의 주요 모토가 "혼인신고를 합시다"였다는 것에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일상적으로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제도가 60년 전에는 그 하나를 위해 얼마나 많은 활동과 목소리가 있었을까. 그리고 그 하나를 따기 위해 얼마나 많은 차별적 언어를 들어야 했을까. 그 당시에도 누군가는 "남성이 두 여자를 거느릴 수 있지." "첩이 잘하면 본부인 되는 거고, 본.. 2019. 6. 17.
페미니스트 프리즘을 시작하며 윤미래 [앞으로 한 달이나 두 달에 한번씩 크든 작든 페미니즘에 대한 다양한 고민과 생각을 자유롭게 나누는 연재를 시작하려고 한다. 기획과 청탁에 응해서 좋은 글을 보내주신 필자들에게 감사드린다.] “페미니스트라면 여성 의제가 최우선이어야 하는데, 선생님은 그렇다고 하실 수 있습니까?” 페미니즘과 나의 첫만남은 대학에 갓 들어와서 맞닥뜨린 대자보로, 육하원칙으로 상황을 서술하고 입장과 실천 방안을 이어 쓴 통상적인 자보와 달리 칼럼의 한 부분을 크게 인쇄해서 붙여 놓은 것이었다. 여성 차별과 억압의 존재를 몰랐던 것도 아니고, 나 자신 그에 발목 잡혀 분통을 터뜨린 적이 없었던 것도 아니었다. 페미니즘을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친구들과 딴에는 열띤 토론을 벌이기도 했었다. 하지만 언어화되지 못한 막연한 불만.. 2019. 6. 5.
[박노자]"죽는 한이 있더라도 사랑 없는 키스를 하지 말라!" 박노자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사는러시아계 한국인 교육 노동자/연구 노동자’라고 본인을 소개하는 박노자는 , , , 등 많은 책을 썼다. 박노자 본인이 운영하는 블로그에 실렸던 글(https://blog.naver.com/vladimir_tikhonov)을 다시 옮겨서 실을 수 있도록 허락해 준 것에 정말 감사드린다.] 얼마 전 최근의 러시아에 대해 참 불쾌한 뉴스 하나를 접했습니다. 러시아 성매매 관련 업종 여성 종사자 총수는 인제 3백만 명 정도 된다, 그리고 최근의 조사에 의하면 약 55%의 러시아 남성들이 성 구매 경험이 있다는 뉴스이었습니다. 이걸 보고 맨 먼저 든 생각은, 아아, 인제 러시아도 한국처럼 다 돼버렸단 생각이었습니다. 총인구 비례해서 세본다면 인제 성매매 관련 업종의 종사자 수가 양.. 2019. 5. 31.
페미니스트 프리즘 #1 이은진 [앞으로 한 달이나 두 달에 한번씩 크든 작든 페미니즘에 대한 다양한 고민과 생각을 자유롭게 나누는 연재를 시작하려고 한다. 그 첫번째 글이다. 기획과 청탁에 응해서 좋은 글을 보내주신 필자에게 감사드린다.] 요즘 온라인 공간을 보고 있자면 세상에는 ‘기성 페미’와 ‘영영 페미(랟펨?)’와 ‘페미는 아니지만 성차별에 반대하는 사람(이퀄리스트?)’만 있는 모양이고 그 속에서 저는 이름을 잃어버렸는데요. 학부 때 학생 사회라고 불리는 공간에서 이것저것 함께 했던 친구들 중에는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라고 소개하기를 멈춘 이들도 있습니다. 흔히 떠올릴 수 있는 이유로는 페미니스트라는 명칭에 따라붙을 낙인이 두려워서, 가 있겠지만 그게 아닌 사람도 많습니다. 그때 페미니스트들을 향해 쏟아진 낙인을 감수했던, .. 2019. 5. 28.
“장애인인 나도 들어갈 수 있는 그런 세상이면 좋겠다” [4.20장애차별철폐 투쟁이 있었던 지난 4월을 보내면서 이런 투쟁들에 항상 앞장서온 배재현 동지와 인터뷰를 했다. 앞으로 이렇게 현장의 경험과 목소리를 직접 듣고 공유하는 기회를 더 가지려고 노력할 것이다.] * 장애등급제는 무엇이고 왜 문제인가요? 장애등급제는 88년에 처음 시작됐고 저는 어릴 때 처음 심사를 받았는데 전혀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심사도 아니었어요. 의사들이 대충보고 멋대로 판정하는 식이었죠. 특히 ‘가짜장애인’ 운운하면서 ‘색출’하고 탈락시키려고 가려내기 심사를 하는데. 탈락하거나 등급이 하락하면 활동지원 시간도 깎이고 살고, 일하고, 사람만나고 하는데 직접적 타격을 받아요. 심사도 무작위로 통지서가 날라오면 강제로 받아야 하죠. 기준도 없고 자기들 멋대로 부족한 예산의 틀에 끼워넣기입.. 2019. 5. 16.
버닝썬 게이트? - 우리 시대 남성성의 범죄적 측면 전지윤 승리와 정준영의 성범죄? 버닝썬 게이트? 이런 용어만으로는 요즘 터져 나오는 사건의 의미와 배경을 담기에 부족해 보인다. 지금 상황은 가부장제와 남성성 자체가 범죄와 게이트의 요소를 이미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최근까지도, ‘성차별은 주로 기성세대의 문제이고 요즘 젊은 남성들은 오히려 역차별을 느끼고 있다, 이제는 아들과 딸을 차별하지 않고 사회에 나오기 전까지는 차별을 별로 느끼기 어렵다, 성인지 감수성이라는 만능키로 모든 남성을 가해자로 만들어버리면 안 된다’... 이런 말들을 하던 사람들은 스스로를 돌아봐야 마땅하다. ‘소수의 남성들만이 성폭력을 저지르고, 성차별로 보통 남성들이 얻는 이득은 없으며, 평범한 여성과 남성은 동일한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기에 단결해야 한.. 2019. 3.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