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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56

리뷰 - 너에게 가는 길/ 우리는 모두 어른이 될 수 없었다 박철균 ● 너에게 가는 길 한국에 두 개의 당사자 부모 운동이 있다. 하나는 장애인 부모운동이고, 또 하나는 성소수자 부모 운동이다. 전자는 장애인 운동에서 활동하면서 지금도 계속 함께 하고 있는 "나의 운동, 우리 모두의 운동"으로 생각하는데, 후자는 사실 퀴어 퍼레이드나 해당 부모모임에 활동하는 활동가의 이야기를 제외하면 그 동지들의 이야기를 많이 접하지 못했던 아쉬움이 있었다. 내가 잘 몰랐던 성소수자 부모 운동의 이야기가 90분 내내 너무 절절하게 볼 수 있었다. 장애인 부모운동이든, 성소수자 부모운동이든 함께 하는 가족이 배제되지 않고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함께 고민하고 함께 행동하고 때로는 투쟁하는 모습들이 모두 같다는 생각에 눈물이 났다. 영화 "학교 가는 길"에서 우리 동네에 .. 2021. 11. 29.
영화 ‘태일이’에 대한 기대와 개인적 아쉬움 - 한국에서 "비성우 유명 배우" 더빙과 성우, 그리고 작품의 수난시대 박철균 1. 얼마 전 애니메이션 태일이에 대한 소식을 다시 들을 수 있었습니다. 언제 나올지 기약이 없던 전태일을 다룬 애니메이션이 드디어 올해에는 개봉한다는 것이고 크라우드 펀딩 투자와 개봉이 되면 꼭 극장에서 관람하길 바란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전태일재단이 제작에 많은 노력을 했고 우여곡절 끝에 드디어 개봉이라는 사실에 저 역시 기뻤습니다.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조그마한 돈이라도 투자(후원)을 하지 않았기에 이 참에 후원도 하고 꼭 다른 사람들과 함께 봐야지 하는 마음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첫 포스터를 보는 순간 저는 큰 개인적 아쉬움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목소리 출연에 온통 적힌 분들은 유명한 영화배우들로만 가득히 그리고 빼.. 2021. 11. 3.
D.P가 보여주는 한국 군대의 실상 - 가해와 피해의 끊임 없는 PTSD 박철균 (*드라마의 스포일러가 살짝 있을 겁니다.) 1. 한국드라마 D.P가 8월 27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이래 계속해서 한국 사회에 파장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현재까지 징병제를 유지하고 있는 한국 군대를 경험한 남성들이 예전 군대 생활을 떠오르며 PTSD가 온다는 반응이 많다. 그러면서 오랫동안 고질적인 문제였던 군 폭력, 병영비리에 대한 성토가 이어지고 있다. 그 동안 “진짜 사나이”, “가짜 사나이”로 군에 대한 프로파간다 혹은 미화가 진행되고, “위아래”, “롤린”의 역주행을 통해 여성 아이돌에 대한 군에서의 성적 대상화마저 ‘군통령’이란 이름으로 미화되던 현 시기에 D.P는 한국의 군대는 낭만적이지도, 의리가 넘치지도 않는 폭력이 얼룩진 현실이라는 것을 .. 2021. 9. 12.
악몽수집가: 꿈은 현실의 일부이며 살아있다는 증거 박철균 1. 10,20대 초반까지만 해도 엄청나게 가위에 눌렸었다. 30대 때는 가위에 눌리는 일은 없지만, 살이 찌면서 잠의 질이 좋지 않게 되어서인지 매일같이 꿈을 꾸었다. 꿈의 내용은 보통 어딘가 좋지 않거나 현실에서 사이가 좋지 않게 된 사람들과 마주치게 되거나 하는 식의 꿈이었다. 어떻게 하면 꿈을 덜 꾸지 않을까 생각을 많이 했다. 양압기를 쓰게 된 것도 조금은 건강하게 자고 건강하게 살고 싶다는 바람이 들어갔었다. 2. 악몽수집가에선 어쩌면 나의 인생에서 많은 경험과 기억을 안겨준 꿈, 특히 악몽과 관련된 이야기가 담겨져 있었다. 오랜 세월 동안 악몽을 수집해 온 사람이 있는데, 그 사람이 꿈을 수집하다 우연히 환희란 아이를 만나게 된다. 그 아이도 사진을 통해 악몽을 수집하고 귀신을 보게 .. 2021. 9. 3.
라스트 레터 - 사람간의 상처와 사람을 통한 치유 박철균 * 주의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1. 마치 러브레터의 2021년 Summer Ver. 같은 느낌을 받았다. 러브레터에서 고베 쪽 연인으로 나왔던 토요카와 에츠시와 나카야마 미호도 그대로 부부로 나오는 연결점(단, 영화에서 둘은 매우 부정적인 이미지이다.) 이 있다. 다만 러브레터는 아련히 "오겡키데스카"와 "도서카드"를 통해 떠나간 사랑과 첫사랑을 마음에 담는 듯한 느낌이라면 '라스트 레터'는 떠나가 버린 사랑(첫사랑이든 가족애든)을 그리워하지만 다시 앞을 향해 걸어가는 듯한 느낌을 많이 받았다. 그런 것이 영화 내내 몇 번의 다른 의미로 다가오는 사인을 통해서도 드러나고, 후반부를 마무리하는 옛날 고교 졸업식 연설을 통해서도 드러난다. 2. 또한 러브레터는 "첫사랑" 혹은 "그리움"이라면, 라.. 2021. 5. 4.
삶은 그 자체로 좋은 것 - 영화 "소울" 박철균 * 주의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1. 픽사가 한국 흥행에선 다소 고배를 마시고 있긴 하지만, 픽사가 만든 영화들은 하나같이 명작이고 훌륭한 메시지를 가지고 있는 것이 많다. 특히, 인간에 대한 삼라만상을 애니메이션 작품을 통해 느낄 수 있달까. "업"에서는 노인의 삶을, "토이스토리 시리즈"에서는 장난감의 의인화를 넘어 3에서는 어린 시절 놀던 추억과 어른이 된 나와의 작별, "인사이드 아웃"에선 인간의 감정을 고찰하고 그 모든 감정(심지어는 슬픈 감정)도 소중하다는 것을, "코코"에서는 삶과 죽음은 서로 연결되어 있고 세상을 떠난 소중한 사람을 기억하는 것을 슬프도록 아름답게 표현하고 있다. 2020년 제작되었고, 칸느 영화제 출품 그리고 부산영화제에서 개봉하였으나 코로나19로 2020년 칸느.. 2021. 1. 29.
갑자기 생각난 만화: 들장미 소녀 린 갑자기 생각난 만화: 들장미 소녀 린 - 피해자에게 인내와 순종을 요구하는 서사들 박철균 1. 뜬금없이 어렸을 때 봤던 만화가 생각났다. 우리집은 별로 비디오를 빌리거나 하지는 않았는데 - 나는 집에서 녹화한 애니메이션을 더 선호했다 - 그 몇 개 안 되는 비디오 중에 하나가 캔디캔디 1,2화였다. 뭔가 신파같은 게 초등(국민)학교 1학년 밖에 안 된 아이에게 너무 충격적이었겠지. 그 후 얼마 안가 KBS에서 ‘작은숙녀 링’으로 나오는 것으로 제대로 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고등학교 다닐 때 SBS에서 "들장미소녀 린"이로 재더빙해서 나왔는데, 그 때는 챙겨 보기는 어려운 시기라서 아주 가끔씩 보긴 했었다. 아마 이 만화를 기억한다면 20대 후반 혹은 3,40대가 됐을 것이다. 2.사실 한국에서 한창 막장.. 2020. 9. 3.
리뷰 - <킹덤> 시즌2 / <마스크 유 리브 인> ● 2 - 재난 창궐 시대의 정치 드라마 박철균 (내용 누설이 있습니다) 1. 작년부터 넷플릭스에서 시즌제로 나왔던 킹덤이 최근 시즌2를 공개했다. 때 마침 코로나19가 전세계에 창궐한 상황에서 아시아권 중심으로 다시 인기를 이어가는 상황이다. 2. 시즌 1 만큼이나 시즌 2 역시 재미있었다. 좀 억지스러운 부분 - 대표적으로 무영을 굳이 산 속에서 헤매다 이창이 발견했을 때 죽는 걸로 처리했어야 했는가에 대한 의문 - 이 있긴 했지만, 그만큼 시즌 1 때 떡밥 회수도 거의 다 됐고, 2화에서 진행되는 역병에 걸린 왕이 있는 곳에 갇히는 함정에 빠진 이창의 고민, 안현대감에 대한 최후의 반전은 상당히 흥미로운 진행이었다. 3. 다만 드라마가 주는 메시지는 시즌2가 시즌1에 비해 다소 협소해 진 것은 아닌.. 2020. 3. 26.
리뷰 - 초속 5센티미터/ 사랑의 불시착/ 코로나19 박철균 ● 초속 5센티미터 잠이 안 오는, 그렇다고 사무실에서 가지고 온 일손이 잡히지 않는 지금, 세상에 폭풍이 불어 오다 다시 정적에 잠긴 채 빗소리만 들리는 지금, 비로서 꺼내 보게 된 영화. 신카이 마코토가 요즘 상업적으로 성공한 "너의 이름은"이나 "날씨의 아이"에선 결국 그 서로 좋아하는 남여가 결국 오랜 세월이 지나 다시 만났더래요로 끝내고 있는 것과는 달리 초창기 작품은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인다. 별의 목소리도 결국 먼 우주 사이에서 두 사람은 기약이 없어 보이고, 초속 5센티미터도 결국 아카리와 타카키는 재회조차 제대로 이루지 못한다. 그래서 "너의 이름은"을 보고 감동을 느꼈던 사람은 "초속 5센티미터"를 보고 당혹감과 허탈함을 많이 느낀다 . 그런데, 결국 감독이 말한 대로 초속 5센.. 2020. 2. 26.
리뷰 - 지록위마/ 나이팅게일/ 오피셜 시크릿 전지윤 ● 와 종북몰이 마녀사냥의 추억 얼마전 내란음모 조작과 통합진보당 강제해산을 다룬 다큐 영화 를 보고 왔다. 이어서 경순 감독과 이정희 전대표의 GV도 있었다. 내겐 더 특별한 의미를 지닌 영화다. 영화는 2012년 경선부정 사건에서부터 종복몰이가 시작돼, 2013년 내란음모 조작으로 이어졌고, 2014년 통합진보당 해산으로 마무리됐다는 관점이 담겼다. 영화에서 인터뷰한 허재현 기자도 ‘1년후에 경선부정의 진실이 다르단 걸 알았지만, 이미 사회적으로 결론난 사안을 왜 다시 꺼내냐는 주변의 시선에 입열기 어려웠다’고 말한다. 국정원, 검찰, 언론, 박정부의 진실왜곡과 마녀사냥에 우리 모두 자유롭지 않았던 것이다. 나도 2013년에 ‘경선부정부터 잘못 봤고, 이것이 내란음모 조작과 종북몰이에서 우리가.. 2020. 1. 21.
윤희에게 - 억압된 감정의 겨울이 지나 새 봄이 끝내 찾아온다 박철균 (*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1.예전에 나왔던 러브레터랑 공통적인 면이 있다. 편지라는 매개체가 있고, 주요 공간적 배경이 오타루인 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러브레터를 표절했냐면 그것은 아니다. 오히려, 소재적인 면에선 유사점이 있을지언정 러브레터랑 윤희에게는 완전히 다른 길을 가는 영화라고 할 수 있다. 러브레터는 첫사랑과 동명이인인 여성에게 편지를 우연찮게 주고 받으며 감정이 폭발할 대로 폭발해 버리는(특히, 오겡키데스카에서) 영화였다면 윤희에게는 몇 번을 써도 보내지 않았던 편지가 타의에 의해 전달이 되고 그로 인해 윤희를 비롯한 등장인물이 변화하는 와중에도 감정이 절제되고 또 절제되기 때문이다. 2.이 감정의 절제는 결국 "다른 성"이 아닌 "같은 성"을 사랑했던 두 사람이 .. 2020. 1. 11.
[영화평] 날씨의 아이 박철균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1."너의 이름은"에서도 간혹 보여줬던 여성의 몸을 대상화하고 개그 소재처럼 사용하는 것이 불편하게 다가왔다. 이런 문제 때문에 일본에선 야후 재팬 평점 테러까지 받기도 했다. 신카이 감독이 부디 다음 작품에서는 누군가에겐 수치스러운 부분을 제거할 수 있길 바란다. 2.그런 부분을 빼면 굉장히 좋은 작품이었다. 워낙 "너의 이름은"이 넘사벽이고 신카이 감독의 최대 인기작이었기 때문에 그 다음 작품인 이 작품은 상대적으로 호불호가 강하고 평론가들도 점수를 짜게 주고 있다. 한국에서는 반일 시국 이후 개봉되었고 아이맥스도 단 하루만 상영됐던 엄청난 핸디캡을 안고 개봉했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저주 받은 작품이 되었다. "너의 이름은"에서는 느끼지 못한 벅찬 마음을 느낀 나에게.. 2019. 11.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