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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과 논쟁

[토론과 논쟁] 쿠바 반정부 시위를 어떻게 볼 것인가

by 다른세상을향한연대 2021. 7. 22.

[최근 쿠바에서 반정부 시위가 분출하고, 미국의 우파가 이것을 환영하고, 쿠바 정부가 여기에 강경 대응하면서 여러 주장과 토론이 벌어지고 있다. 이러한 토론과 논쟁 속에서 나온 글이면서 더 생산적인 논의에 도움이 될만한 글들을 묶어서 소개한다.]

 

● 미국의 경제 제재 놀음에 저항하는 쿠바 인민들에게 연대해야 한다

 

김지수

 

쿠바에서 27년만에 현 집권 세력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졌고 지난 주말에는 쿠바에 대한 미국의 경제 제재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쿠바의 현재 상황과 반정부 시위를 벌이는 집단들의 성격, 목표를 따져봐서 우리가 어떤 행동을 해야 할지 주장하고자 한다.

 

쿠바는 쿠바 혁명 이후 올해 정치경제적으로 최대의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정치적인 상황이 쿠바 혁명 공산당 정권에게 그리 좋지 않다. 피델 카스트로의 사망과 라울 카스트로의 은퇴 등으로 대표되는 혁명 1세대의 퇴장이 있었다. 그 뒤를 이어 집권한지 얼마 안 된 현 쿠바의 국가 수뇌부는 쿠바 혁명(1960년) 이후 출생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혁명 전/후의 기억과 혁명의 열기 대신 경험의 부족함이 그 자리를 채우고 있다.

 

경제적인 상황은 소련 붕괴 이후로 최악의 상황이다. 트럼프 이후 미제국주의의 단골 악행 메뉴인 경제 제재가 다시 시작되었다. 쿠바인들 중 65%가 관광업에 종사하는데(상당수가 부업이나) 코로나19 이후 관광업에 대해서는 더 이야기하기조차 민망하다. 경제의 다른 한 축은 사탕수수 농업이 차지하는데 사탕수수 작황 또한 역대 최악이다.

 

하필 이 시기에 맞춰 CUC(태환화폐)를 폐지하는 경제 개혁이 있었다. 관광업이 더 활성화 될 거라는 기대 하에 그 누구도 코로나19를 상상하기 전부터 한 일인데 코로나19로 인해 최악의 수가 되었다. 화폐 개혁에 맞춰 최저임금을 대폭 올린 것은 인플레이션으로 다가왔다. 작년 쿠바의 경제성장률이 -10% 내외인데 물가는 폭등하였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전 세계를 뒤덮은 코로나19 보건 위기는 쿠바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델타 변이바이러스 창궐 이후에는 그 위기가 더 심해졌다. 이런 정치적 경제적 보건 위기를 틈타서 쿠바에 적대적인 미국이 쿠바의 정권을 교체하려 쿠바 내에서 혼란을 부추기는 것이 지금 시위의 본질이라고 생각한다.

 

쿠바의 반정부 시위를 주도하는 자들에 대한 이해
 
다음으로 쿠바의 반정부 시위를 주도하는 자들에 대한 이해이다. 필자는 쿠바의 반정부 시위를 벌이는 자들이 전적으로 미국의 사주를 받고 시위를 벌인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다만 현재 쿠바의 반정부 시위를 주도하는 사람들이 미국 내 쿠바계 히스패닉과 소통하고 교감하는 가운데 시위를 벌이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자명한 사실이다.
 
쿠바의 시위에는 성조기가 등장했고 쿠바에서 반정부 시위가 벌어지는 동시에 미국에서는 그 시위에 연대하는 쿠바계 히스패닉들의 시위가 벌어졌다. 사주를 받아 움직이는 게 아니고 자발적으로 미국내 쿠바계 히스패닉과 연대했더라도 연대하고 소통하며 움직이는 것 자체는 변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히스패닉들이 민주당 지지인 것과 다르게 쿠바계 특히 플로리다 쿠바계는 미국 안에서도 손꼽히는 극우 성향을 보인다. 그들은 바티스타 정권 시기에 미국의 주구가 되어 쿠바 인민들을 착취하다 쿠바 혁명으로 도망친 자들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서북 청년단 같은 자들이다. 
 
쿠바 시위에 연대하는 미국내 쿠바판 서북청년단이 원하는 것 

쿠바판 서북청년단이 이 시위를 통해 현 쿠바 집권 공산당 정권을 무너뜨리고 만들고 싶은 세상 또한 너무 투명하게 볼 수 있다.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를 통해 1960년 쿠바 공산당이 그들에게서 빼앗아 간 것을 되찾고 싶어할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자신들이 가진 것을 되찾은 쿠바는 수많은 중남미 국가들처럼 미국의 앞마당이 될 것이다. NAFTA에 의한 미국 식민지이자 마약 공급 기지가 되어 마약 카르텔에 의한 지옥이 된 멕시코와 수많은 중남미 국가들을 보라.
 
목숨을 걸고 카라반 행렬을 하는 중남미 인민들의 모습이 쿠바 공산당이 지금의 위치에서 제거된 뒤에 나올 쿠바의 모습으로 보인다. 
 
표현의 자유가 소중하다고 해서 극우적인 혐오를 부추기고 미국의 제국주의적 폭력에 부역하는 쿠바판 조중동과 서북청년단이 맘대로 말하게 놔둘 수 있는가?

이번 쿠바 시위에서 반정부 시위를 벌이는 자들이 미국 내 쿠바계와 주로 소통하는 수단이 sns와 메신저들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그 소통 수단을 차단하는 것은 어느 정도 불가피한 일이다. 베네수엘라의 경우 2019년 후안 과이도를 앞세운 정권 흔들기와 대규모 시위 정치위기 때 인터넷을 차단한 적이 있었다.
 
표현의 자유가 최우선 가치라고 대외적으로 이야기하면서 NSA를 통해 모든 인터넷 패킷을 도청, 감청해서 발톱이 안 드러나게 사찰하고 연성 지배를 해 오던 미국도 극우 세력의 의사당 난입 사건 이후에 기존의 연성 지배로 극우 세력을 관리하기 어렵다 판단하여 메신저 팔러를 온라인 마켓에서 강제로 퇴출시킨 적이 있다. 

나는 현재 쿠바의 인터넷(현재 인터넷 접속은 되나 메신저 사용이 안 되는 상태) 사용 제한 조처에 대해 팔러 메신저 퇴출 정도의 정당성은 가진다고 생각한다.

 

미국의 경제 제재 놀음에 저항하는 쿠바 인민에게 연대하자
 
쿠바 인민들이 94년에 그러했듯 당면한 정치, 경제 위기를 이겨 내도록 응원하자. 미국의 제재 놀음에 고통받는 수많은 나라(특히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인민들에게 연대하자. 미국이 더 이상 제재 놀음 같은 비열한 방법으로 주권을 침해하고 내정에 간섭하는 불순한 적대시 정책을 펴지 못하게 하자. 우리 나라 안에서도 미국의 쿠바와 북한 제재 놀음에 반대하는 시위를 만들어 나가자.

 

 

 

 

 

● 미국의 제재를 반대하면서 쿠바 정부의 억압에도 반대해야 한다

 

전지윤

 

쿠바에서 27년만에 가장 큰 전국적 반정부 시위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식량, 의약품, 기본생필품의 부족이 직접적 불씨가 됐다고 하는데, 벌써부터 미국의 공화당과 민주당 일부에서는 군사적 개입을 하자거나 ‘레짐 체인지’를 해야 한다는 등의 망언들이 나오고 있다.

 

바로 최근에 야반도주하듯이 아프간에서 철군해 놓고도 이런 말들이 나오는 것을 보면, 미국의 지배계급과 제국주의자들은 경험을 통해서 배울 능력을 발전시키기엔 너무나 오만한 것 같다. 자국의 민중을 삶을 짓밟고 저항을 억누르는 정권은 외국의 군사적 개입을 당해도 싸다고 보는 것 같은데, 그 똑같은 기준을 바로 1년전 트럼프가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고 외치는 시위대를 폭력진압하던 상황에도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을 못 본다.

 

또 ‘쿠바 정권이 코로나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서 민중을 고통스럽게 했다’는 미국 우파들의 비난도 생뚱맞다. 왜냐하면 적어도 지표상으로 보면 쿠바 정권의 코로나 대처 성적은 트럼프 정권의 그것보다도 분명히 더 성공적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들은 지금 쿠바에서 벌어진 식량, 의약품, 생필품의 부족에는 역사상 가장 오래되고 지독한 미국의 경제제재와 봉쇄의 책임이 있다는 점도 망각한다. 이 제재와 봉쇄는 오바마 말기에 풀리는 듯하다 트럼프 때 다시 강화됐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제재 해제와 식량, 의약품, 생필품 지원이다. 쿠바 자신도 최근에 코로나로 힘든 나라에 의료 지원을 해왔다.

 

미국 지배층에서 저런 얘기들이 나올수록 쿠바의 반정부 시위에는 방해만 될 것이다. 왜냐하면 쿠바 정권은 악명높던 친미부패 정부를 몰아낸 반제국주의 혁명으로 새로운 나라를 건설했다는 무시할 수 없는 역사적 정통성과 대중적 지지기반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나오는 잡음들은 그런 측면을 더욱 부각시키기만 할 것이다.

 

반정부 시위대는 외세의 사주를 받은 수상한 세력으로 몰릴 것이다. 실제로 지금 쿠바 반정부 시위대의 일부는 미국의 쿠바계 히스패닉 공동체와 연결돼 있다고 한다. 이 공동체에서는 지난 대선 때 트럼프 지지표가 많이 나오기도 했다. 한국에서 해방 이후 북한에서 월남한 이들이 반공우익의 기반이 됐던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그러나 미국에서 쿠바정권과 체제를 비판하는 쿠바계 이민자든, 쿠바에서 불만과 분노를 표출하며 반정부 시위에 함께하는 이들이든 단지 반동세력이라고 낙인찍고 비난할 수는 없다. 그들의 부모나 조상들이 비록 과거 친미 독재 정권 시절의 특권층이었을지 몰라도, 지금은 그들은 정권의 감시와 탄압 속에 있는 소수파이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도 쿠바계 히스패닉 이민자들의 대다수는 특권층이라기보다는 가난한 유색인 빈민층인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쿠바계 이민자 사회에서도 쿠바에 대한 미국의 경제제재에 대해서는 반대 여론이 더 높다. 이것은 오늘날 북한에서 주변부 하층민들이 탈북해 남한에 와서 반공우파에게 이용되지만, 대부분 사회적 차별과 빈곤에 시달리고 있는 것과 유사한 면이 있다.

 

쿠바 정부가 집회시위의 자유를 폭력적으로 가로막고 인터넷을 차단하고 무더기 체포에 나서는 것을 지지할 수도 없다. 쿠바 정권이 일당체제를 유지하며 언론, 표현, 결사 등 민주적 기본권을 제약하는 것은 ‘사회주의’의 이름으로 정당화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독재적 통치를 유지하면서 ‘개혁’의 명분으로 시장논리를 받아들이는 것은 중국, 쿠바, 베네수엘라 등에서 모두 나타나는 양상인데, 그 자체로 모순이면서 정당성을 떨어트리는 일이다.

 

성조기를 휘두르는 사람들을 그냥 둬야 하냐고? 홍콩에서 민주화 운동을 탄압하던 중국정부의 핑계도 ‘유니언잭을 휘두르는 사람들...’이었다. 미제국주의를 비판하던 쿠바 정권이, 트럼프 정권이 흑인 인권시위를 탄압하던 방식과 양태를 비슷하게 반복하는 것은 정당화되기 어렵다. 더구나 쿠바의 반정부 시위에는 좌파와 성소수자 활동가들도 함께하고 있다. 지금 국제적 좌파들 속에서도 쿠바 정권이 구속한 좌파 활동가들을 석방하라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만약 우리가 여기 이곳에서는 정치사상의 자유를 보장하고, 국가보안법을 철폐하고, 그 정치적 신념의 차이를 떠나서 양심수를 석방하라고 요구하면서, 쿠바에서는 그러지 않아도 된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모순일 것이다. ‘쥴리면 어떻고 뭔 상관이냐’던 사람들이, 조국 교수가 턱걸이만 해도 ‘치료받아야 할 관종’이라고 낙인찍고 조롱하는 것이 지독한 모순이듯이 말이다.

 

(기사 등록 202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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