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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압과 차별

5.18과 장애인의 "민주화 운동"을 위하여

by 다른세상을향한연대 2021. 5. 21.

박철균

 

1.

2021년 5월 18일 광주 구, 전남도청 앞에서 장애인은 또 이동권 투쟁을 시작했다. 우연의 일치(?)일지는 모르겠지만, 장애인은 타지도 못하는 차별버스 스타일의 419번, 518번 버스를 상대로 장애인은 지역 차별 없는 제대로 된 이동권 보장을 얘기하며 또 쇠사슬을 걸고 버스 위에 올라가 현수막을 들고 또 도로 위에서 피켓을 들고 소리쳤다. 40년 전 민주주의를 외쳤던 그 광장에서 장애인이 이제는 장애인의 민주주의를 외치며 투쟁했던 것이다.

 

2.

혹자는 왜 "오늘 같은 날에 광주에서?"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왜 굳이 누구나 어떤 날인지 알고 있는 5월 18일에 꼭 이렇게 거리를 막고 외치느냐 회의적으로 바라볼 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다시 묻고 싶다. 41년 전 광주에서 그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바치며 전두환 신군부의 폭력과 학살에 맞서 싸웠던 이유가 무엇이냐는 것을... 그것은 바로 누구나 자유롭고 평등한 사회인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투쟁이었다는 것을 모두가 기억한다. 그렇다면 장애인도 역시 40년 동안 제대로 보장받지 못한 민주주의를 쟁취하겠다는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하는 것 아닌가.

 

3.

그 금남로 구, 전남도청을 막았던 세 시간 동안 광주의 비장애인 중심의 세계는 멈췄다. 하지만, 여전히 이동권으로서 계속 멈춰 있고 참을 것을 강요받고 인내를 강요받는다. 서울도 제대로 된 저상버스 증차 계획이 엉망인데, 지역으로 내려가면 장애인 콜택시 24시간이 되어 있지 않는 곳이 허다하고, 심지어는 휴일이라고 밤이라고 명절이라고 끊기는 곳이 있고, 하물며 버스는 여전히 계단이 있는 차별버스이다.

 

장애인은 3시간이 아니라 평생을 이동에 있어 고통받는다. 그런 얘기를 2001년 이동권 투쟁 이래 계속 목소리 외치는 현실이다. 하물며 5월 18일의 현장인 광주에서도 마찬가지다. 광주의 저상버스 도입률은 전국 평균(28.4%)의 밑인 22.5%이고, 심지어 장애인 콜택시도 법정대수(186대)를 못 미치는 116대에 머무르고 있다. 그 광주에서 장애인이 제대로 이동할 자유와 권리를 얘기하고 들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민주주의 아닌가.

 

4.

40년 전에 전두환 신군부는 사회 질서를 어지럽힌다며 광주 시민들에게 발포하고 학살했다. 그 사회 질서가 정의롭지 못하기에 사람들은 계속 저항한 것이다. 40년 후 광주 경찰서는 시민들을 불편하게 한다며 장애인에게 그만 해산하라고 종용하고 경찰 병력이 동원됐다. 장애인 역시 여전히 비장애인 중심의 사회가 정의롭지 못하다며 저항했던 것이다.

 

민주주의는 그저 역사책에서, 관련 유적지에서 관련 유물에서, 관련 추모장소에서 그 당시 얘기만 한다고 끝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40년 전 광주에서 싸웠던 시민의 넋들이 바랐던 것이 민주주의라면 이후의 삶과 민주주의는 달라야 한다고 본다. 사회적 약자가 일상에서 함께 살아가고 그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는 것, 그렇기에 이렇게 투쟁을 하지 않으면 도무지 비장애인 중심에서 벗어나지 않으려 하는 사회를 변화하기 위해 그 목소리를 들어야 하는 것이라 본다.

 

5.

5월 18일은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일이었다. 그리고 2021년 장애인은 광주에서 이 날을 허투루 보내지 않고 열심히 장애인의 민주주의를 위해 실천했다. 그렇게 또 세상을 바꿔 나가기 위해 장애인은 5월 18일을 허투루 보내지 않고 그 역사의 현장에서 41년 전 시민들이 했던 것처럼 그대로 투쟁했다.

 

역사를 박제하지 않고 계속 다른 세상을 위해 싸웠던 장애인운동 동지들을 위하여! 이렇게 또 우리는 세상을 사람 중심의 세상으로 바꿔 나갈 것이다.

 

(기사 등록 202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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