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균
1.
얼마전 강릉에서 이주노동자 확진자가 46명이 하루에 발생했다고 보낸 문자 내용이었다.
이주노동자는 외국인 확진자”에”로 표기하고 시민들은 “께서는” 으로 표기하고 있다.
많은 강릉시민들이 이 문자를 보고 놀라고 겁이 나셨을 거라 본다. 강릉에서 코로나가 지역 집단감염으로 더 커지지 않고 무사히 지나가길 바란다.
다만 저 문자에서 내포되는 외국인 특히 이주노동자에 대한 차별도 역시 읽어 주시고 문제가 있다고 말씀해 주시면 좋겠다. 어쩌면 가장 확진 위험에 놓인 사람들은 저런 식으로 함부로 낮춰 불러도 되고 시민 밑에 이주노동자가 있는 것처럼 적어 놓는 게 말이 되냐는 거다.
2.
“외국인이 어쨌든 집단 감염이 된 거잖아요” 라고 말하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왜 그런 현상이 강릉 뿐만 아니라 서울 경기 곳곳에서 일어났는지에 대한 질문이 있어야 한다.
코로나 시국 사회적 거리두기는 주구장창 얘기하면서 항상 밀집된 공간에서 제대로 소독이나 방역이 되지 않는 공간에서 이주노동자가 지금까지도 일을 하고 있는 것에 대해 얼마나 우리는 관심을 기울였던가? 어제 확진된 이주 노동자는 강릉 건설현장이나 농촌 현장에서 일하던 사람들이었다.
일상에서 사람들이 기피하는 직종에서 노동하고 비닐하우스 사고로 사람이 죽든 말든 그 사람들의 노동현실은 나 몰라라 하다가 이렇게 결국 우려하던 집단감염이 발생하면 바로 얼굴 색 하나 안 바꾸고 외국인을 공포 집단처럼 묘사하는 것은 방역에 하등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이런 확진자에 대해 특정 계층이 타켓팅하면 혐오와 낙인찍기 하는 행태를 1년 넘게 보는 것은 너무 힘들다. 거기에 몇몇 언론은 사실 파악도 안 한 채 라마단 기간에 모여 있다 카더라 식의 이슬람 혐오까지 하고 있는데 이런 우리의 모습들은 코로나 이후 세상에서 부끄러운 인권의 역사로 남게 될 것이라 본다.
3.
그럼에도 아 수치로 치면 외국인이 집단 감염된 거니까 위험하잖아요 를 말하시는 분들이 아직 있다면 한마디만 더 하겠다.
특히나 연휴가 되면 KTX에 서울에서 오시는 관광객들로 꽉꽉 찬다. 꼭 기차가 아니더라도 다양한 방법으로 매일 서울 경기에서 강릉으로 관광 온다. 알다시피 서울 경기는 요즘 백명 혹은 200명 씩 일일 확진자가 나온다.
수치로 따지면 어제 확진자의 5배 가량의 일일 확진자가 나오는 서울경기에서 강릉으로 오는 사람들에 대해선 일언반구도 위험하다 하지 않으면서 이주노동자가 확진이 됐다 하면 이때다 하며 병균 덩어리인양 혐오하는 것이 바로 차별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지금 필요한 건 이주노동자를 혐오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확진이 일어나지 않도록 가장 위험한 상황에 있는 그 사람들을 위한 방역 대책이고 이후 일상에서 그런 방역이 잘 유지되도록 하는 것이다.
(기사 등록 202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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