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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압과 차별

노동자연대 지도부는 괴롭힘을 중단하고 사과하라

by 다른세상을향한연대 2019. 11. 25.

전지윤

 


포기하지 않고 문제제기할 것이다

 

최근에 성폭력 사건의 주변인로서 고민을 나누는 2개의 모임에 연달아 참석했다. 노동자연대 지도부가 아직도 반성, 사과하지 않고 생존자(피해자)를 계속 괴롭히고 있는 사건의 연대자로서 말이다. 참석하면서 느낀 것은 성폭력 사건에서는 생존자 못지않게 주변인도 고통과 상처를 받는데 충분히 주목받지 못해 왔다는 것이다. 나만해도 이들 모임에서 같이 이야기를 하면서 몇 가지 트라우마가 남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 중 하나는 수백명의 활동가들이 같이 있던 단톡방에서 노동자연대 간부가 공개적으로 거짓말과 비방을 하고 있다고 나를 매도하는데도 그걸 반박하면서 나를 방어해주는 목소리가 없었던 경험이다. 또 마찬가지로 수백명의 활동가들이 같이 있던 단톡방에서 내가 노동자연대의 피해자에 대한 괴롭힘과 2차가해가 중단돼야 한다고 글을 몇 번 올리자 어떤 선배 활동가가 그만해라며 나를 탓하는 글을 올렸던 경험이다.

 

성폭력 사건은 생존자가 고립되고 외면받는 경우가 많은데, 생존자와 적극 연대하고 깊이 공감하고 있는 연대자일수록 같은 상처와 고통을 받게 된다. 또 성폭력 사건의 가해자들은 생존자를 고립시키고 연대를 차단하기 위해서 생존자를 돕는 주변인을 집요하게 공격하기 마련인데 그 과정에서 일종의 간접피해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것이 특별히 더 강하고 심각하게 나타나는 곳이 운동사회라는 것은 역설적이다. 전희경 선생님이 지적했듯이 운동사회는 성폭력 사건을 묵인, 은폐, 재생산하는 독특한 메커니즘들이 존재한다. 자본과 권력과 제국에 맞서는 더 우선적이고 중요한투쟁들이 많고, ‘피해자중심노동계급중심성에 밀려나기 일쑤다. 조직의 명예가 우선되면서 생존자의 고통도 뒤로 돌려진다. 잘 아는 단체와 활동가가 가해자로 등장하면 판단을 유보하고 침묵하거나 심지어 옹호하는 경우도 많다.

 

부조리한 세상에 대한 저항의 희망을 찾아 온 운동사회에서 이런 일을 겪게 되면 절망감은 더 클 수 밖에 없다. 즉 주변 사람들이 방관하면서 가해자는 더욱 뻔뻔해지고, 피해자는 더욱 위축되는 방관자 효과가 가장 크게 나타나는 것이다. 그래서 생존자와 연대자들이 고립되고 상처받다가 결국 운동사회에서 추방되는 구조가 여전히 강력하게 존재한다.

 

보통 사회에서 이런 일을 겪으면 국가인권위나 국민신문고라도 찾아가겠지만, 운동사회에서는 오히려 그런 도피처를 찾기가 더 어렵다. 많은 경우 골치아파하고 쉽게 손을 대지 않으려고 하고 대개 모른 척 한다. 물론 그럼에도 계속 손을 잡아주고 같이 목소리를 내준 단체와 사람들이 있었고 그 덕분에 지금까지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다.

 

또 잘못을 인정하긴커녕, 오히려 새로운 더 심각한 가해만을 덧붙이고 있는 노동자연대 지도부같은 단체만 있는 것도 아니다. 성폭력 사건이 났을 때 당장의 활동만을 우선하기보다, 대외 활동을 중단하고 내부적 문화를 성찰하면서 용기있게 잘못을 인정하고 충분한 시간을 두고 변화를 모색했던 단체들도 있었다. 최근에 있었던 모임에서도 그런 단체의 모습을 보면서 얼마나 감동받았고 희망을 찾을 수 있었는지 공감하는 이야기들이 나왔다.

 

두 번의 모임을 참가하면서 다시 다짐하게 된다. 나부터 지금 이 단체의 활동이, 저 절박한 투쟁이, 그 국제적 연대가 더 중요하고 우선이다는 생각으로 마음 한켠에서 이 문제를 자꾸 뒤로 미뤄온 게 아니었는지. 여전히 노동자연대 지도부는 반성하거나 사과하기는커녕, 생존자를 더욱 괴롭히고 있다. 특히 생존자의 성폭력 상담 기밀을 공개하는 매우 심각한 2차가해를 저질러놓고도 반년 넘게 그 기사를 내릴 생각도 않고 꿈쩍않고 있다.

 

없었던 일처럼 넘어가고 기억에서 잊혀지길 바라고 있다. 결국 생존자와 연대자들이 지치고 포기하고 침묵하고 운동에서 떠나고 사라지길 바랄 것이다. 하지만 절대 그럴 수는 없다. 다시 힘을 내서 증언하고 문제제기하고 함께 기억하고 목소리를 내줄 것을 호소할 것이다.

 

생존자가 계속 괴롭힘을 당하고 운동사회와 자신이 속해있던 여기저기서 따돌림당하고 밀려나는 것을 도저히 그냥 지켜 볼 수가 없다. 생존자의 성폭력 상담기밀까지 강제 공개된 채로 올해를 그냥 넘길 수 없다. 나부터 포기하지 않고 언제 어디서든 계속 문제제기할 것이다. 물론 그러면 노동자연대 사람들은 나를 노연에 대한 복수심에 거짓말과 비방을 하며 투쟁의 발전과 연대를 발목잡고 다닌다고 또 욕하고 인신공격하며 민중주의, 기회주의...’ 등등 온갖 낙인을 찍을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나를 부담스러워 할 것이고 거리를 두려 할 것이다. 그 어떤 것도 나를 침묵하게 만들 수 없다. 특히 지금 사회정의를 말하고 있는 사람들부터 여기에 호응해 줄 것이라고 믿는다. 어떤 사회정의도 젠더정의와 분리될 수 없을 것이다.

 


노연 홈페이지 대문의 자신들의 잘못을 정당화하며 피해자와 연대자들을 비난하는 글들 


 


노동자연대 지도부는 성폭력 피해자들에게 반성하고 사과하라

 

지난달에 차별금지법제정을 위한 평등행진에 갔다가, 끝나고 톨게이트 투쟁 승리 문화제도 함께했다. 김천까지 가보지 못하는 미안함이 항상 걸리지만, 톨게이트 투쟁은 여성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노동운동의 새로운 주역으로 나서서 중요한 역사적 돌파구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것을 거듭 확인하게 된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최근에 노동자연대(노연) 지도부가 민주노총 등에 계속 보내고 있다는 공문이 무엇이고, 왜 보내고 있고, 어떤 내용인지를 여러 동지에게 들어볼 수 있었다. 핵심은 톨게이트 투쟁 시민사회공대위에서 노연 지도부에게 성폭력 사건에서 피해자들에게 2차피해를 가한 것에 대한 문제제기를 했다는 것이다.

 

항상 그렇듯이 노연 지도부는 반성이나 사과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지는 않고, 민주노총과 공대위 소속 단체들에 항의 공문을 보내면서 왜 이런 제기를 해서 우리를 공대위에 참가하기 못하게 만드냐고 압박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 여러 복잡한 생각이 들었지만 무엇보다, 피해자를 잊지 않고 문제제기해주는 분들에 대한 고마움에 목이 메이며 눈가가 뜨거워지지 않을 수 없었다. 문재인 정부의 외면과 도로공사의 무시, 경찰의 탄압, 투쟁의 장기화에 따른 무수한 어려움 속에서 톨게이트 노동자들에게 연대가 얼마나 절실할지 너무 잘 안다.

 

그런데 그 상황 속에서도 연대 단체를 하나라도 더 늘려야 한다는 선택보다는, 성폭력 피해자가 고립되지 않게 손을 잡아주고 우리가 당신의 피해와 상처를 잊지 않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주신 것이다. 노동운동에서 그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는 운동단체의 압박보다도, 운동의 주변부로 밀려나 온 힘없는 피해자들의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인 것이다. 이것이 얼마나 눈물겹도록 고맙고 큰 의미가 있는지 뭐라 표현하기 어렵다.

 

그동안 포기하지 않고 문제를 제기해 온 피해자들에게 특히 더 감격스러운 소식이다. 차별과 폭력을 감내하며 무시당한다는 게 무엇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생생히 경험해 온 여성 노동자들이 노동운동의 주축이 되면서, 그런 문제의식을 가진 활동가들의 지치지 않던 노력 속에서, 이런 변화가 가능해졌을 것이다.

 

물론 마냥 기쁠 수만은 없다. 피해자가 가장 피하고 싶은 것은 마치 자신의 존재가 '민폐'가 된다는 느낌이다.(진짜 민폐를 만든 것은 노연 지도부라는 게 진실이지만) 피해자들은 노동자연대가 어떤 운동이나 연대체에도 참가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는 게 아니다. 이번에도 피해자들은 이런 상황을 미리 알거나 요구한 적이 없다. 다만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이 사건이 잊혀지고, 아무도 문제제기하지 않으면서, 자신들이 당한 피해가 지워져 버리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을 뿐이다.

 

그러면 이런 잘못이 반복되면서 또 다른 피해자가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그것을 견딜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도 해결책은 분명하고 간단하다. 성폭력 피해 호소를 거짓말로 몰고, 법적 소송을 가하고, 신상과 사생활을 공개하고, 온갖 기사로 2차피해를 가하고, 연대자들까지 공격하면서 피해자들을 고립시킨 것에 대해 노연 지도부가 잘못을 인정하고 괴롭힘을 중단하고 사과하는 것이다.

 

그러면 노연 지도부도 더는 이런 문제제기를 받지 않을 것이다. 잘못을 돌아보고 성찰할 줄 아는 더 건강한 좌파로 거듭나며 더 큰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피해자들도 상처를 극복하고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진정한 치유와 화해가 가능해질 것이다.

 

그런데 노연 지도부는 지금도 이 진짜 해결책을 한사코 외면하고 민주노총과 연대 단체들에게 계속 공문을 보내고 있다고 한다. 거기서 피해자와 피해자의 손을 잡아준 민주노총 여성위 등을 매도하고 괴롭히고 있다.

 

그 논리들도 어처구니가 없다고 한다. ‘민주노총 여성위가 노동운동 위에 군림하고 있다’? ‘톨게이트 투쟁은 여성노동권 투쟁으로 규정할 수 없다’? ‘이런 문제제기는 연대를 파괴하는 것이다’? 게다가 여성단체들은 친문재인이라서 우리같은 투쟁적 좌파를 싫어하기에 이런 문제제기를 한다는 그 지긋지긋한 논리도 다시 들고나왔다고 한다.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괴롭힘을 중단하고 사과하라는 것이 왜 좌파적, 투쟁적 목소리에 대한 단속이고 연대의 파괴라는 것인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피해자들이 용기를 내서 어렵게 고발에 나서면 항상 부딪히게 되는 전형적인 가해자중심적 논리들이다. 성폭력 피해자를 괴롭히고 공격하는 것에 무슨 '좌파적, 투쟁적' 측면이 있는가.

 

무엇보다 가장 기가 막혔던 것은 피해자의 손을 잡아준 사람들에게 당신들에 대한 비난은 그만할테니 문제제기도 그만하라는 제안을 했었다는 소식이다. 연대를 차단하려는 이런 제안을 대승적 결단이라고 표현했다고 한다. 정말로 억장이 무너질 이야기이다. 피해자만 고립시키려는 이런 시도가 어떤 의미에서 대승적이란 말인가!!

 

정말 수도 없이 말해왔지만 다시 말한다. 노연 지도부는 지금 당장 피해자들을 괴롭히고 가해하는 모든 기사와 글들을 다 내리고, 진심으로 반성하고 사과해야 한다. 여기에 필요한 것은 무슨 대승적 결단이런 것도 아니고, 필요 최소한 양심의 도리다.

 

* 함께 기억하고 문제제기해 주십시오 - 노동자연대는 어떻게 피해자를 괴롭혀 왔는가

https://www.facebook.com/jmetoowithyou/posts/810837386023127

 

#노동자연대STOP

#노동자연대는사과하라 #Metoo #Withyou

 


(기사 등록 2019.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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