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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과 보고

장애인이 바라는 건 탈시설과 자립생활이다

by 다른세상을향한연대 2017. 11. 10.

장애인이 바라는 건 탈시설과 자립생활이다

- 경기도는 개인운영신고시설 법인화를 멈춰라

 

 

박철균(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선전국장)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기는 격이라는 속담이 있다. 신뢰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가장 귀중한 것을 맡겨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이 지극히 당연하고도 뻔한 속담을 경기도에서 그대로 일어나고 있다.

 

경기도가 개인운영신고시설을 법인화하기로 추진했다. 시군이랑 몰래 협의는 다 하고 장애인 단체와 협의할 때까지 보류하겠다는 약속은 휴지조각처럼 취급했다. 개인운영신고시설이 운영하는 체험홈에 법인으로 지원한다면서 경기도 역시 탈시설 정책에 한 몫 한다고 숟가락을 얹으려 하는 것이다. 시설이 탈시설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말이 되는가? 이런 고양이 생선가게 맡기는 행위를 지금 경기도는 탈시설이라고 우기고 있는 것이다.

 

장애인 거주 시설이 본디 뭐 하는 곳인가? 장애인 당사자를 사회와 격리시켜서 특정한 공간에 24시간 가둬 놓고 그 공간에서 통제하며 장애인의 자유와 권리를 박탈하는 곳이다. 대구시립희망원, 남원 평화의 집, 인천 해바라기 시설 등 매년마다 시설 관련 인권침해 사고가 발생하는 것은 바로 장애인 시설이 본질적으로 장애인을 동등하게 취급하지 않은 채 통제하고 억누르려 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애당초 장애인 당사자를 사회의 비장애인에게서 분리시키는 역할을 하는 시설이 장애인이 사회 속으로 나갈 수 있게 지원할 수 있을까? 천만의 말씀이다. 이미 실제 체험홈을 운영하는 사회복지법인 거주시설 체험홈 12개소에서 31개월동안 탈시설한 거주인은 고작 3명에 불과하고, 이용인 87명 중 28명은 오히려 시설로 복귀했다.

 

장애인 거주 시설에서 운영하는 체험홈은 그저 자립 생활과 탈시설을 체험하는 도구로만 사용하고, 계속해서 이 사회에 시설이 사라지지 않고 계속해서 남아 있도록 하는 도구에만 불과할 것이다. 고양이가 생선가게 생선을 다 먹어 치워도 생선가게 잘 지켰다고 할 수 없는 것처럼 시설에 있는 장애인이 도리어 탈시설 자립생활을 하지 못하게 방해하는 것을 언제까지 경기도는 탈시설이라고 우길 것인가?

 

그럼에도 경기도는 꾸준히 개인운영신고시설에 탈시설의 가면을 씌워 주려고 갖은 힘을 다하고 있다. 심지어 문경희 경기도의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장은 탈시설을 원하지 않는 시설 거주인도 있다면서 이 법인화 과정의 본질은 장애인 자립생활이 아니라는 것을 톡톡히 보여 줬다.

 

다시 한번 그 문경희 의원에게 물어 본다. 어디 한 번 경기도에서 탈시설 자립생활 정책 제대로 추진해 보고 그런 소리를 할 수 있는가? 개인 장애인 시설에 이젠 법인화 날개까지 달아 주려고 하는 그 기나긴 시간에 어디 한 번 제대로 된 지역사회에서의 장애인 자립생활 정책과 '시설이 아닌 지역사회'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정책을 위해 그만큼의 정신과 에너지를 쏟아 부었냐 말이다.

 

오로지 보이는 것은 시설이고, 시설에게 온갖 특혜와 지원만을 고민해 왔고 116일 장애인운동 활동가와의 면담에서도 개인운영신고시설 법인화를 철회할 생각이 없다고 했던 경기도는 감히 장애인이 지역사회를 원하지 않는다고 말할 자격이 없다.

 

현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장애인 복지시설 폐지가 복지의 갈 길이라고 말하고, 1842일 광화문 지하농성의 성과로 탈시설 합동위원회가 만들어지는 상황에 이런 정부의 방침마자도 어기는 경기도가 지금 이 사기극으로 탈시설 얘기할 자격이 있는가?

 

지난 1년 동안 장애인 당사자, 장애인 운동 단체, 장애인 부모님들, 그리고 시민사회단체 등 수많은 인권의 목소리를 내는 곳에서 경기도의 이런 장애인 개인거주시설 법인화를 반대하는 목소리를 냈다. 공청회장에 찾아가기도 했고, 계속해서 대화를 하려고 했다.

 

그런데, 경기도는 이런 아래로부터의 목소리를 듣기는커녕 오히려 몰래 추진을 강행하고 있다. 끝끝내 아래로부터의 목소리를 듣지 않고 탈시설을 빙자하여 온갖 개인 시설을 범람하게 하려는 경기도를 사람들은 그저 가만히 참고만 있을까?

 

지금 이 장애인 개인운영신고시설 법인화 정책을 추진하는 경기도와 시설, 당신들이 입장 바꿔서 24시간 당신이 하고자 하는 자유와 권리를 박탈한 채 통제를 강요 당한다면 그리고 그저 사회생활은 체험으로만 끝나고 계속 통제 당하는 삶을 살라고 하면, 당신들은 그러지 못한다고 할 것이다. 당신들이 그러지 못하는 것은 장애인도 마찬가지로 그럴 수 없다.

 

계속해서 투쟁해야 할 때이다. 117일 규탄 기자회견은 그 투쟁을 알리는 출사표가 되었다. 경기도가 장애인 자립생활과 장애인 인권이 가득한 생선가게를 시설이란 고양이에게 맡겨서 그 고양이가 우리의 인권과 자립생활을 마구 뜯어먹고 뼈도 남기지 못하게 하려는 시도를 막기 위해 끊임없이 투쟁할 것이다. 전국 곳곳에서 울려 퍼지는 탈시설 자립생활의 목소리가 경기도에서 마침내 우리의 힘으로 완성될 수 있도록 끝까지 인내하고 꾸준히 투쟁하며 우리의 힘으로 완성하자!

 



 (기사 등록 2017.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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