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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세상읽기 – 검찰개혁 촛불/윤미향/대선/우크라이나/영화

by 다른세상을향한연대 2022. 2. 13.

전지윤

 

검찰개혁 촛불집회가 사법처리돼야 할 무법천지였다고?

윤석열이 문재인에 대한 정치보복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면서 논란이 되고 있지만, 사실 더 중요한 것은 2019년 서초동 촛불에 대한 발언이었다고 생각한다. 윤석열은 대검과 서울중앙지검 앞에 수만명... 모아서 검찰을 상대로 협박했다.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고... 완전히 무법천지다. 과거 같으면 다 사법처리될 일이라고 했다.

2016년 촛불의 연장이었고, 무엇보다 미조직된 평범한 대중의 자생적 분출이었던 운동에 대해 명백한 적개심과 탄압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모든 자생적 대중운동이 그렇듯이 당시에 서초동에 모여서 촛불을 들었던 거의 백만에 가까운 사람들 속에는 정치적 혼란과 이질적 요소도 섞여있었지만, 그 핵심에는 한국 국가의 핵심적 억압기구인 검찰권력(과 유착된 족벌언론)에 대한 커다란 반감이 자리잡고 있었다.

공포와도 결합돼 있는 그 분노는 오랜 경험과 역사를 통해 축적돼 왔다고 봐야 한다. 비교적 근래에 검찰의 표적이 됐던 당사자들의 몇 가지 증언만 봐도 그것은 충분히 짐작이 가능하다. 예컨대 2007년에 검찰수사를 받았던 신정아 씨는 이렇게 돌아본다.

“이런 식이면 평생 감방에서 썩게 하겠다고 했다. 나는 너무나 무서운 나머지 앉은 채로 오줌을 싸고 말았다... 진실이고 뭐고 다 때려치우고 차라리 사형이라고 받고 싶은 마음이었다... 검찰조사가 끝날 즈음이면 몸이 으스러지도록 피곤에 절어 감방으로 돌아왔다... 마치 고장난 수도꼭지처럼 눈물이 멈추지 않을 때가 있었다.”

2010년에 검찰의 표적이 됐던 것은 한명숙 전 총리였다. 검찰은 처음에는 서랍에 넣어준 돈봉투를 말했다가, 나중에는 호주머니에 찔러준 돈봉투, 더 나중에는 의자에 놓았둔 돈봉투를 말했다. 이 모든 것이 입증에 실패하고 증언이 번복되자, 다른 죄수를 찾아내 73차례 증언 연습을 시켜서 기어이 한명숙을 감옥에 집어넣었다.

2014년에 정윤회 비선실세문건 유출 때문에 청와대에 밉보이게 돼 검찰에 의해서 골드바 수수혐의라는 별건수사로 엮였던 박관천 전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은 이렇게 증언한다. “크리스마스날 검사에게 조사를 받는데, 검사가 그렇게 말하더라. 우리는 크리스마스를 부처님 오신 날로 바꿀 수도 있다.”

2019년에 바로 서초동 촛불운동을 촉발시킨 검언대란때는 조국 교수의 가족과 그 주변 지인들까지 모조리 검찰에 불려가서 지독한 고초를 겪었는데, 그 중에 한 사람에게 들었다는 이야기를 살펴봐도 당시의 분위기가 생생히 그려진다.

“조사 받을 때 옆에 조0(조국 교수 딸)이 조사를 받고 있었는데. 어리다면 어린아이가 검사에게 혼나듯 조사를 받는 모습을 보며 정말 많이 괴로웠다고 합니다... 일기장 같은걸 한 문구 하나 하나, 의문부호 하나하나까지 억지스런 의미를 부여하며 조0에게 끝없이 추궁하고 장시간 압박을 가하고 정말 질릴 정도로 취조하는데 너무 가여워서 눈물이 나올 정도였다고... 검찰 조사받다가 왜 사람들이 자살을 하는지 이해하게 될 정도였다고”
당시에 정경심 교수에게 불리한 증언을 하도록 검찰에게 압박을 받았던 김경록 자산관리인은 최근에 회고록을 쓰고 인터뷰를 했다. “검사가 칼 들고 있는 강도보다 더 무서웠다... 한강에 빠져죽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조사받다가 화장실가서 20분을 펑펑 울고 창문을 깨고 뛰어내리고 싶었다... 유서를 써놓고 어머님을 부탁드리고...”
이연주 전 검사는 당시 벌어진 ‘조국몰이’를 이렇게 묘사한다. “검사들은 빠르고 무섭고 잔인했습니다. 굶주린 짐승보다 더 포악하게 한 가족을 향해 달려들어 물어뜯었습니다. 언론과 현란한 호흡을 맞추며 빈사에 놓인 그 가족을 베고 또 베고 또다시 베었으며, 그들이 머문 자리를 구석구석 뒤져 폐허로 만들었습니다.”
윤석열 자신도 최근에 대학생 강연을 가서 검찰의 표적이 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잘 설명했다. “여러분이 만약 기소를 당해 법정에서 상당히 법률적으로 숙련된 검사를 만나서 몇년 동안 재판을 받고 결국 대법원에 가서 무죄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여러분의 인생이 절단난다... 엄청나게 숙련된 검사와 법정에서 마주쳐야 된다는 것 자체가 하나의 재앙이다.”
더 나아가 윤석열은 최근 언론과 인터뷰에서, 검찰 수사를 받다가 왜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끊는지도 정확하게 짚었다. “수사과정의 자살은 수사하는 사람들이 좀 쎄게 추궁하고 증거수집도 막 열심히 하고 이러니까 아~ 이게 지금 수사 진행되는 것 말고도 또 내가 무슨 뭐 걸릴 게 있나 하는 불안감에 초조하고 이러다가 그런 극단적인 선택도 하는 것”

검찰이 누군가를 표적으로 정한 다음, 전격적으로 수사에 돌입하고, 소환조사와 함께 집과 직장에 대한 동시다발적 압수수색이 진행되고, 스마트폰과 컴퓨터를 전부 가져가서 포렌식을 개시하고, 이 모든 과정이 생중계되면서 이 과정에서 나온 의혹과 증거들을 언론이 악의적으로 짜맞춰 매일같이 쏟아내면.... 누구든 견딜 수가 없게 되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지켜보고 겪었던 한 중소기업인은 <뉴스타파>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검찰은 힘 있는 자는 봐주고 약한 자는 억압하는 곳이었으며, 자신들에게 이득이 되는 사건은 키우고 아니면 덮는 곳이었다.” “사람의 목숨은, 특히 감옥에 있는 사람의 목숨은 검찰에 달렸다. 인명은 재천이 아니다. 인명은 검찰에 있다. 인명재검이다.”

2019년 서초동 촛불은 바로 이런 공포와 분노가 몇 가지 요소를 통해 커다란 공감대로 이어져 들불처럼 번져나간 경우이다. 그것은 2016년 촛불의 연장이자, 한 단계 발전이기도 했다. 왜냐하면 단지 한 사람의 정치인이나 기업인을 넘어서, 검찰권력이라는 한국 자본주의 국가의 핵심적 억압기구를 정면으로 겨냥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자본주의적 국가는 물론 피억압자들에게 복지를 제공하고, 동의와 설득을 구하는 구실도 한다. 그러나 계급적 이해관계로 분열된 사회에서 국가의 핵심에는 강제와 폭력이 있다. 군대, 검찰, 정보기관, 경찰 등이 그런 구실을 하고, 그 책임자들은 거의 선출되지 않는다.

그리고 진정한 권력은 선출된 정치인들보다 바로 그들에게 있다. 그들은 또 다른 선출되지 않는 진정한 권력자들(재벌총수, 언론사주 등)과 학맥, 인맥, 혼맥으로 엮여 있다. 그렇게 연결된 지배 카르텔은 부와 권력에 대한 기존의 질서를 수호하고 그것에 대한 도전을 억누르기 위해 작동한다.

실제로 2019년 통계에 따르면 이 나라의 신임검사의 70% 가까이가 최고명문대(SKY) 출신이고, 가장 잘 나가는 정치검사들은 대개 재벌, 언론사주, 고위 정치인들과 친분과 혼인으로 엮여있다. 그들이 다른 이들에게 휘두르는 시퍼런 칼날은 스스로와 주변인들 앞에서는 솜방망이로 변해서 사라진다.

반년 가까이 나라를 뒤흔드는 대장동 스캔들에서 아무리 녹취록과 관련자들의 입에서 이름이 계속 나와도 유독 최재경(전 중수부장), 박영수(전 특별검사), 김수남(전 검찰총장), 윤석열 등 검찰 출신 인사들만 수사도 기소도 피해가는 이유가, 일반적으로 검사가 기소한 피고인의 97%에게 유죄가 선고되는 반면 고소당한 검사 중에 기소되는 비율이 0.13%에 불과한 이유가 뭐겠는가.

윤석열은 얼마 전 국민의힘 부산당원들을 만나서 검사 중에는 크게 빨갱이 잡는 검사와 깡패잡는 검사와 부패 척결하는 검사가 있다고 했다. 즉 좌파 활동가와 노동운동가를 탄압하는 검사와 재벌과 고위정치인들의 뒤를 봐주는 검사가 분리돼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검사 출신만 30명이 넘는다는 대선캠프를 꾸린 윤석열의 집권 가능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것은 (이준석으로 대표되는 혐오정치의 급성장과도 별개로) 억압적 국가기구의 핵심인 검찰과 정치검사들이 선출된 정치권력의 핵심과 행정부에 대한 통제까지 하게되는 민주주의의 위기를 뜻한다. ‘검찰공화국현상은 더욱 극단적 방향으로 발전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윤석열이 총장일 때 통신자료 조회를 당한 사람만 282만 명이었다.

최근에 조엘 코엔이 감독한 영화 <멕베스의 비극>을 보다가, 마녀의 예언을 듣고 왕이 될 야망을 품었던 멕베스와 윤석열이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윤석열 부부가 무속을 믿는지 아닌지는 알 수 없고 본질도 아니다. 무속인보다도 지금도 윤석열 캠프에 있는 극우기독교 지도자들이 더 해악적일 수 있다.

즉 무속을 믿는지 어떤 종교를 믿는지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떤 정치적 방향을 지향하는가이다. 마찬가지로 2019년에 검찰개혁을 외치며 서초동 거리를 나왔던 백만여 명이 민주당이나 자본주의와 국가에 대해 나와 다른 어떤 이견을 가지고 있는지는 핵심이 아니다.

다시 그런 운동이 벌어진다면 기꺼이 함께 촛불을 들 것이다. 검찰개혁 촛불운동은 당시에도 주류사회와 기성언론들의 노골적인 무시와 폄하를 겪었고, 이제와서는 별로 기억되지도 않고 있다.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진보좌파도 별로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영국의 역사가이며 사회주의자인 이언 버철의 말이 옳다.

“내가 속한 노동조합 회의에 누가 와서 파업 대신 기도를 하자고 한다면, 나는 정중히 이의를 제기할 것이다. 그러나 만약 그가 ‘신은 우리를 평등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저 망할 CEO 놈들은 우리보다 몇십 배나 더 받습니다’라고 한다면 나는 박수를 치고 신학적 토론은 다음으로 미룰 것이다.”

 

윤미향 국회 제명 시도 낙인찍기와 집단 괴롭힘의 절정

얼마전 잼미라는 한 여성 인터넷 방송인인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소식이 올라왔다. 같은 날 배구선수 김인혁 씨의 비극적 소식도 들려왔다. 두 사람 모두 끝없이 이어지는 거짓소문, 혐오, 악플, 막말, 욕설에 시달렸고 그것에 고통을 호소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한 사람은 페미메갈이라는, 또 한 사람은 게이트렌스젠더라는 낙인이 찍혀서 유튜버들과 악플러들의 공격과 괴롭힘을 당해왔다. ‘뻑가라는 유튜버와 디씨인사이드, 에펨코리아같은 온라인 커뮤니티의 악플러들에게 큰 책임이 있다.

고인들이 당해 온 것은 바로 학대와 폭력이었고, 그것을 자행한 사이버 살인자들을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이제와서 그 주동자들은 반성이 아니라 서로 책임을 떠넘기며 발뺌하기 바쁘다.

모두가 알다시피 이런 폭력과 비극은 처음이 아니다. ‘사이버 렉카악플러들은 상대를 바꿔가면서 계속 좌표를 찍고, 수많은 끈질긴 괴롭힘이 벌어지다가, 결국 표적이 된 사람은 지쳐 떨어져 나가거나 무조건 잘못했다고 빌거나 세상을 등지곤 했다. 이것은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자주 다루어지는 우리 시대 하나의 문화가 돼 있다.

표적이 된 사람들은 대개 부풀려진 사실이나 작은 인간적 실수나 흠집만으로도 난데없이 꼬투리가 잡히고, 그것에 전혀 비례하지 않는 엄청난 공격을 당하게 된다. 최근 사례 중에 하나가 프리지아’(송지아 씨)의 경우이다. 이 젊은 여성은 데이팅 리얼리티 쇼에 출연했다가 화제의 인물이 됐다.

그런데 곧 자신의 유튜브 방송에서 짝퉁명품을 들고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마녀사냥이 시작됐다. 몰려든 사람들은 몇 년전 영상까지 검증하기 시작했고, 모든 보증서와 영수증을 요구했다. 짝퉁을 명품이라고 속여서 판매한 것도 아니고 단지 소품으로 활용했을 뿐인 이 여성은 모든 활동과 직업을 포기하고 세상에서 지워지고 있다.

이런 일이 벌어지면 많은 사람들이 요즘 청년들의 온라인 문화를 걱정하고 일부 극성 유튜버들이 문제라는 식으로 말한다. 완전하고 커다란 착각이다. 이런 문화와 구조, 메커니즘을 만들어낸 것은 이 나라의 기득권 체제와 족벌언론들이고, 주류 정당과 정치인들이다.

거기서 더 큰 규모와 조직적인 방식으로 진행되는 집단적 괴롭힘과 폭력이, 디지털 시대에 온라인 문화에도 반영되고 확대 재생산되는 것이지 그 역이 아니다. 여러 사례가 있지만 가장 대표적인 것이 윤미향 의원의 경우이다. 30년 동안 일본군 전시 성범죄 문제 해결을 위해 헌신해온 윤미향 의원은 지난 총선 때 국회의원이 됐다.

그리고 곧 난데없이 할머니들을 이용해 돈벌이를 한 파렴치한 위선자가 됐다. 보수정당과 족벌언론들은 몇 가지 실수와 흠집 등을 끄집어내 그렇게 낙인찍었고, 가짜뉴스들로 그것을 부풀렸다. 곧 포털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윤의원의 인격과 영혼을 살해하는 수준의 엄청난 혐오, 악플, 막말, 욕설들이 쏟아졌다.

이 악플, 막말, 욕설들의 수준이 얼마나 지독한 것인지 궁금한 사람은 지금 당장 <조선일보>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윤의원 관련 기사 하나만 찾아보면 된다. 아마 그나마 <조선일보>가 삭제하지 않고 남겨둔 댓글들조차도 읽다가 스스로 질려서 포기하게 될 것이다.

공격에 앞장섰던 대표적 정치인은 바로 우파야당의 '윤미향 TF' 위원장을 맡았던 곽상도이다. 그는 할머니들을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했다고 음해하면서 윤의원의 자녀, 남편, 부친까지 마녀사냥의 표적으로 끌어들였다.(조국 가족의 경우와 꼭 마찬가지였다.)

지독한 괴롭힘은 이번과 마찬가지로 정의연 손영미 소장의 비극적 죽음을 낳았다. 그래도 곽상도는 의문사와 타살설을 주장하며 윤의원이 도저히 견딜 수 없는 악랄한 공격을 이어갔다. 이런 곽상도와 지금도 윤의원을 괴롭히고 있는 <조선일보>, ‘뻑가에펨코리아등과 다른 점이 있다면 훨씬 더 대규모이고 조직적이라는 것뿐이다.

곽상도는 본인 자신이 거액의 뇌물을 받고 더러운 비리를 저지른 주범이라는 것이 드러나 구속됐고, 윤의원에게 저들이 낙인찍고 뒤집어 씌운 혐의는, 악의적으로 시작된 검찰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마저 대부분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그러나 한번 씌워진 낙인과 편견은 쉽게 벗겨지지 않는 법이고, 집단적 괴롭힘에 올라타서 조회수를 올리는데만 열심이던 대부분의 언론들도 이제와서 진실을 밝히는 데는 관심이 없다. 이 속에서 민주당 대표 송영길이 정치개혁과 쇄신을 한다면서 윤미향 의원의 국회 제명을 추진하며 국민의힘의 동참을 요구하는 기막힌 희비극이 벌어지고 있다.

이런 일이 벌어질 때마다 가장 씁쓸하고 가슴이 답답해지는 것은 물에 빠져 허우적대는 사람을 앞에 두고서 팔짱을 낀 채 저 사람이 그동안 어떤 잘못과 결함이 있었는지 파헤치는사람들, ‘저 사람이 살려달라고 비명을 지르면서 어떤 부적절한 태도와 언행을 보이는지 따지는사람들이 꼭 나타난다는 것이다.

예컨대 앞서 집단적 사이버 폭력과 괴롭힘에 시달리던 여성들의 경우에도, 잘못이나 흠결을 얼마든지 찾아내서 꼬투리 잡을 수 있다. ‘그러게 왜 젊은 남성들을 타겟팅하면서 자신의 외모와 성적 매력을 상품화하고, 남성용 성인잡지에 표지모델로 나가고, 허영심을 부추기며 명품을 과시하고, 짝퉁인지 알면서 모른 체 했는가 운운...’

그러나 문제는 모든 인간은 잘못과 실수를 하고 부족한 점이 있으며, 어떤 결함도 없는 사람만 마녀사냥의 표적이 되는 일은 존재하지 않고, 그런 사람만 방어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또 그런 문제들은 마녀사냥의 진정한 이유도 본질도 아니라는 데 있다.

그래서 그러게 윤의원은 왜 위성정당을 통해서 진보정당도 아닌 민주당으로 가서 이런 공격을 자초했는가’, ‘그동안 정의연과 윤의원의 운동 방식에는 이런 문제가 있었다라는 일부의 태도에는 전혀 동의할 수가 없다. <미디어오늘>윤의원 측이 방어를 호소하면서 부적절한 방식을 이용했다는 기사를 올렸다.

이런 사람들은 내가 저 친일극우세력과 족벌언론들의 윤의원 마녀사냥에 동의하거나 동조하는 것은 아니고, 다른 정당한 이유로 윤의원을 비판하는 것이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그것은 마녀사냥 화형대에서 타오르는 불에 부채질을 하면서 나는 홀로 고귀한 정의를 위해 행동하고 있어라고 정신승리하는 것에 불과하다.

하지만 지금 윤미향 의원은 흠결없는 완벽한 활동가가 아니어서/ 진보정당이 아니라 민주당으로 가서/ 위성정당이라는 잘못된 방식에 동참해서마녀사냥당하고 제명 위기에 놓인 것이 아니다. 심지어 지금 윤의원을 제명하려는 자들도 그런 명분을 대고 있지는 않다.

검찰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마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난 억지 혐의를 내세워 그러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마녀사냥의 빌미일 뿐이다. 이 마녀사냥이 성공한다면, 이것은 전쟁 범죄도 덮어주면서 한미일 동맹으로 달려가려던 기득권 우파세력에게 중요한 승리가 될 것이다. 윤의원이 누구보다 바로 그것에 맞서 투쟁해왔기 때문이다.

나아가 이것은 곧 다른 사회운동 단체와 활동가들을 향한 공격의 올가미가 될 것이다. 윤석열과 국민의힘은 이미 윤미향 제명만으로는 부족하다. 시민단체들의 부정을 밝혀내고 방지할 수 있는 법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것은 툭하면 윤의원을 동네북처럼 두둘기며 반페미니즘 백래시를 일으키던 세력에게도 결정적 발판이 될 것이다. 예컨대 오세라비의 <페미니즘은 어떻게 괴물이 되었나?>를 보면 윤의원의 사례와 ‘NL 페미니즘이라는 개념을 공격의 핵심 프레임으로 사용하고 있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물에 빠져서 허우적대며 도움을 호소하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흠결 없는 활동을 해 왔는지, 도움을 호소하는 과정에서 어떤 실수들이 없었는지에 대한 뒷조사가 아니다. 또다시, 거짓소문, 집단적 괴롭힘, 혐오에 소중한 것을 잃고 후회할 수는 없다. 윤미향 의원 국회 제명을 반드시 다함께 막아야 한다.

[#팩트체크 카드뉴스(1)]

언론이 보도하지 않은 윤미향 의원의 #불기소#무혐의 결론을 알려드립니다.

https://www.facebook.com/mhyang530/posts/339421614862759

[#팩트체크 카드뉴스(2)]

윤미향 의원에 대한 검찰기소 내용의 사실을 알려드립니다.

https://www.facebook.com/mhyang530/posts/339470798191174

대선후보 1차 토론이 보여 준 것과 남은 문제들

그제 대선토론은 먼저 윤석열이 얼마나 위험한 우파 후보인지 확인하게 해주는 자리였다. 이미 페이스북 외마디 정치로 트럼프의 트위터 정치를 흉내내 온 윤석열은 이번에도 자신이 관심있는 것은 정책 경쟁과 미래 비전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했다.

그의 전략은 크게 두 축이었다. 하나는 대장동을 카드로 이재명에 대한 네거티브 공세를 하고 선거판을 지저분하게 만들어서 정치혐오와 환멸을 일으키는 것이었다. 대장동을 계속 물고 늘어지는 윤석열의 어법과 태도는 정치검찰의 토끼몰이 취조 방식 그대로였다.

또 하나는 기득권와 우파 지지층을 확실하게 결집하겠다는 전략이었다. 그래서 그는 이재명을 재벌해체를 주장하고 한미동맹을 위협하는 위험한 후보로 낙인찍으며 종부세 폐지, 사드 배치, 선제타격, 핵발전 확대 등을 강조했다.

그런데 이번 토론에서 두드러진 것은 안철수가 윤석열보다 한 술 더 뜨는 장면들이었다. 안철수는 노동이사제를 쟁점으로 강성노조와 민주노총을 비난하고 윤석열을 몰아붙이면서 자신을 더 강력한 반노동 후보로 각인시키려고 했다. 또 이재명을 반미친중중국 사대주의자라고 낙인찍는 방식에서 윤석열을 능가했다.

지난 5년간 안철수의 포지션이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중간 어디 쯤에서 가끔은 국민의힘보다 더 오른쪽일 정도로 이동해 왔다는 것을 확인해 주는 장면이었다. 그래서 이번 토론을 보면서 윤석열과 안철수의 단일화 가능성은 결코 사라지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재명은 윤석열에게 선거를 위해서 혐중 정서를 부추기지 말고, 청년들을 갈라치지 말라고 반박한 점에서는 옳았다. 중대재해처벌법의 개정과 강화에 대한 심상정 후보의 제안에 긍정적으로 반응한 것도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토론은 이재명과 민주당의 한계를 다시 드러냈다. 이재명은 민생과 경제를 강조했는데, 그 내용과 방식은 시장을 존중하는 공급 확대와 성장이었다. 이를 통해 유능한 경제 대통령이 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한때 민주당 좌파로 분류되던 이재명의 이런 변화는 안철수의 우경화와 함께 지난 5년간 정치지형의 후퇴를 보여 준다.

따라서 심상정이라는 진보 후보의 존재와 그 가치는 이번에 더욱 의미있었다. 심상정 후보는 부동산 하향 안정화가 필요하다/ 집과 땅으로 돈 벌지 못하게 해야 한다/ 종부세 폭탄론은 허구다/ 성폭력 2차가해에 대해 사과하라/ 파이 키워서 불평등 해결하자는 것은 거짓/ 전쟁은 절대 안 된다는 발언들을 했다.

진보정당과 후보가 한국정치와 이번 대선에 왜 꼭 필요한지를 보여주는 발언들이었다.(물론 진보정당과 후보들이 힘을 모아서 대응했으면 더 좋았겠다는 아쉬움은 여전하다.) 다만 윤석열의 대장동 공세에 힘 보태기보다 멸공 챌린지, 여가부 해체, 이주민 혐오등에 대해 직격탄을 날리며 진보 후보야말로 진정으로 기득권 우파의 강력한 맞수임을 더 보여줬어야 했다.

그런데 이번 토론을 보면서 가장 찜찜하게 남는 문제는 국민연금 개혁에 대한 모든 후보들의 초당적 합의였다. 이 문제는 최근 ‘40년 후면 기금이 고갈된다는 부풀린 예언 속에 급격히 이슈가 됐는데, 그 맥락에는 청년세대와 노년세대, 특수직역연금 수급자와 국민연금 수급자 갈라치기가 깔려있다.

그래서 기성세대의 청년세대에 대한 착취를 막고 부문간 형평성, 재정의 안정성을 이루기 위해 개혁은 불가피하다는 프레임이 아주 강력하다. 따라서 보험료를 올리고 지급금액을 낮추고 지급연령을 늦추는 방안들이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물론 연금문제를 지금 이대로 나두는 것만이 대안이라고 할 수는 없다. 적립식 연금은 고령화와 저출생으로 재정이 줄어들 수밖에 없고, 국민연금 장기체납자나 형편 때문에 가입도 못하는 열악한 처지의 사람들에 대한 대책이 있어야 한다. 연금제도의 지속성과 노후에 대한 사람들의 불안감은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그러나 보통 사람들이 더 내거나 덜 받게되는 연금 개악을 통해서만 이것을 해결할 이유는 없다. 지금도 용돈 수준이라는 연금을 만약 더 적게 더 늦게지급한다면 OECD 1위 수준의 노인 빈곤률과 자살률은 더 악화될 것이고, 더 많은 사람들이 재벌들이 운영하는 사적연금으로 밀려갈 것이다. 필요한 것은 어떻게 부를 재분배하고 보편적 복지를 강화해서 공적연금을 제대로 만들 것인지에 대한 다른 목소리다.

 

우크라이나에는 천연자원만이 아니라 사람이 있다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의 침공으로 전쟁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걱정이 몇 달이 지나도록 계속되고 있다. 반전평화의 관점에서도, 반제국주의의 관점에서도 강대국 러시아가 주변 국가와 민중에게 가하는 이러한 위협을 강력 비판하고 결사적으로 반대해야만 한다.

우크라이나 민중에 대한 러시아의 제국주의적 억압은 러시아 혁명 직후에 벌어진 내전 기간에도 예외가 아니었을 정도로 뿌리깊은 역사가 있다. 우크라이나 민중은 수세기 동안 러시아 제국의 착취와 학살, 민족적 억압과 차별을 겪었고, 특히 1930년대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진 홀로도모르’(대기근)는 무려 300백만 명의 희생을 낳았다.

구소련과 동유럽에서 스탈린주의 체제가 몰락하고 연방에 해체되면서 우크라이나에서 친서방적 입장과 유럽연합(EU) 가입 등이 지지를 얻은 것은 이러한 민족적 억압의 경험과 기억이 낳은 반작용의 측면이 있었다고 봐야 한다.

그러나 러시아 제국의 패권을 회복하려는 푸틴 정부는 이것을 무조건 미국의 음모와 공작으로만 매도하면서, 군사적 침공과 전쟁까지 마다하지 않고 있다. 이미 2008년에 NATO 가입을 막겠다면 그루지아(조지아)를 침공했고, 2014년에는 크림반도를 점령하고 병합했으며, 계속해서 우크라이나 남동부에서 친러 분리주의 민병대를 지원하며 폭력을 사주하고 있다.

아마 조만간 우크라이나를 군사적으로 침공하기는 어렵겠지만, 분리주의 민병대를 사주해서 충돌을 일으키고, 그것을 명분삼아서 파병하는 방식을 택할 가능성은 꽤 크다고 한다. 그리고 어떤 식으로든 군사적 개입이 시작되면, 지금도 가혹하고 강력한 푸틴 정부의 국내 반정부 세력에 대한 억압과 탄압은 더욱 더 전면화될 것이 분명하다.

한편, 미국은 며칠 전 우크라이나의 상황을 핑계로 동유럽에 3천명의 미군을 추가 파병하고 배치했다. 미국 언론들은 러시아를 세계의 평화와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악마처럼 묘사하면서, 당장이라도 전쟁이 벌어질 것처럼 몇 달간 호들갑을 떨어 왔다. 우크라이나 정부가 스스로 너무 부풀려서 히스테리를 일으키지 마라고 반발할 정도였다.

이것은 미국 바이든 정부와 영국 보리스 존슨 정부의 국내정치적 필요와도 관련있을 것이다. 자신들의 정치적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려는 것이다. 사실, 지금 우크라이나 상황에는 서방의 책임도 크다. 소련 몰락 이후 동유럽을 집어삼킨 서방식 시장지상주의는 극심한 불평등과 부작용들을 낳았다. 그것이 우크라이나의 정치적 혼란의 배경이다.

냉전에서 승리한 미국은 NATO 군사동맹을 동유럽으로 계속 확장해 갔고, CIA는 우크라이나 서부에서 반러시아 극우세력을 육성해 왔다. 러시아의 행태는 이것에 대한 반작용이기도 하다. 만약 멕시코가 중국이 추진하는 군사동맹에 가입하고, 텍사스 바로 옆에 중국군대가 배치된다면 미국 정부와 언론들이 어떻게 반응했을지 생각해 보자.

무엇보다 21세기 들어서만 해도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리비아 등을 군사적으로 폭격하고 침공하고 점령해 왔던 미국이 지금 러시아를 향해서 반전평화타국의 주권에 대한 존중을 설교할 처지가 아니고 자격도 없다는 것은 명백하다.

결국, 우리는 우크라이나의 위기에서 러시아의 군사적 침공과 전쟁 위협에 분명히 반대하면서, 동시에 미국과 서방의 NATO 확장과 군사적 개입 시도에도 반대해야 한다.(한국은 친서방 진영에 속한 나라이기에 우리는 특히 후자를 잊지 않는 게 중요하다.) 그리고 평화롭게 살아가고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우크라이나 민중의 권리를 지지해야 한다.

이것은 우크라이나 과두정치세력에 대한 비판과 연결될 수밖에 없다. 이들은 친러시아 세력과 친서방 세력으로 나뉘어 권력 투쟁을 하면서 우크라이나 민중의 삶과 민주주의는 팽개쳐 왔다. 그 속에서 민족주의적 극우세력도 성장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지난 8년간 진행된 내전 속에서 1만여명이 사망하고 백만 명이 넘게 고향을 떠나야 했다.

이렇게 강대국간의 대결과 민족적 갈등으로 초점이 형성되고 폭력적 충돌이 계속되면서 우크라이나 민중의 평화롭고 인간다운 삶을 위한 정말 중요한 의제들은 사라져 왔다. 우크라이나에서 갈등과 분열을 넘어서 그런 목소리를 대변하는 세력과 운동이 등장하기를, 러시아에서도 푸틴에 맞서며 우크라이나 민중에 연대하는 목소리가 커지길 기대한다.

모든 강대국과 외세와 외국 군대는 친서방이냐 친러시아냐는 식의 줄서기를 강요하지 말고 이 지역에서 손을 떼야 한다. 전쟁과 무기가 아니라 평화와 인권에 기회를 줘야 한다. 우크라이나에는 천연자원과 에너지 파이프라인만 있는게 아니라 우리와 똑같은 사람들이 있다. 이것은 한미동맹 강화, 사드 배치, 선제타격, 북한 주적을 외치는 세력이 목소리를 키우는 우리에게도 마찬가지의 문제이다.

 

<프라미싱 영 우먼> - 서로를 믿고, 지키려 한 두 친구

<프라미싱 영 우먼>은 최근에 넷플릭스에서 발견한 뜻밖의 좋은 영화였다. ‘촉망받는 젊은 여성이라는 제목은 이런 일로 촉망받는 젊은 남성의 미래를 망쳐야 겠는냐는 뻔한 말들을 비튼 것이다.

배우 출신인 이 영화의 감독 에머랄드 펜넬은 페미니즘과 반성폭력의 문제의식을 잘 담아내서 다음 작품도 기대하게 만들고, 주연배우인 캐리 멀리건은 진정성과 영혼이 담긴 연기를 보여준다.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의 주인공 중 하나였던 트랜스젠더 레번 콕스도 주인공의 친구로 등장해서 너무 반가웠다.

영화의 핵심 줄거리에는 음주로 인한 심신상실 상태의 여성에 대한 동의없는 성관계, 즉 성폭력(법적으로 준강간’)의 문제가 있다. 술먹고 취한 여성의 책임이 되고, 여성의 기억과 증언은 불신받고, 주변 친구들은 그 동영상을 돌려보고, 피해여성의 행실과 평판이 문제가 된다.

학교당국도 사법부도 피해여성의 편이 아니라 학교의 위신과 촉망받는 젊은 남성의 미래를 편들고, 결국 학교를 떠나서 미래와 희망도 사라진 피해자는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영화의 주인공은 이렇게 세상을 떠난 니나의 단짝 친구인 캐시다.

캐시는 니나를 잊지 못하고 밤마다 술집과 클럽에서 술에 취해 몸을 가누지 못하는 척을 한다. 그러면 꼭 어김없이 걱정하며 다가와 부축해주면서 자기 집으로 데려가는 친절한 남성들이 등장한다. 그 남성들은 모두 하나같이 자신들이 무엇을 잘못한 것인지 이해하지 못한다.

영화에서 나중에 놀라게 되는 것은 캐시가 마음을 열었던 괜찮은 남자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것과 여학생들도 동영상을 돌려봤다는 것이 드러나는 순간이다. 이것이 단지 개개인들의 문제가 아니라 성차별적 문화와 규범의 문제라는 것이 확인되는 순간이다.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이고 기억에 남는 장면은 크게 3가지였다. 하나는 캐시가 도로에서 여성 운전자를 무시하고 막말과 욕설을 퍼붓는 전형적인 마초적 남성 운전자에게 속시원하고 통쾌하게 본 때를 보여줘서 그가 줄행랑을 놓는 장면이었다.

또 하나는 성폭력 사건에서 니나를 불신하고 책임을 떠넘기던 학장과 친구가 자신들이 같은 처지와 상황으로 몰리자 성폭력 피해자가 당한 고통과 억울함을 극명하게 이해하게 되는 장면이다. 이것은 흔히 오해되고 왜곡되는 피해자 중심주의(관점)’가 왜 중요하고 어떤 의미인지를 알게 해 준다.

또 하나는 캐시가 니나 가해자의 변호사에게 복수하러 찾아간 장면이다. 그는 성폭력 사건도 돈벌이일 뿐인 사법시장의 구조를 설명하면서 ‘SNS에서 파티에서 술에 취한 피해여성의 사진 하나만 찾아내면 게임 끝이고 재판부도 그것을 받아들인다고 말한다.

그 변호사는 양심의 가책으로 잠도 못자며 후회하고 있었고, 반성하며 용서를 구한다. 니나의 죽음에 대한 분노가 풀리며 캐시가 겨우 일상으로 돌아가려고 하는 것은 그 순간이었다. 가해자들이 진심으로 반성하고 사과할 때 화해와 치유가 시작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니나를 성폭행한 알과 그 장면을 동영상으로 찍은 조는 전혀 반성하지 않았고, 잘못도 인정하지 않았고, 더 큰 잘못으로 지난 잘못을 덮으려고 한다. 아무리 사람들이 그만 잊으라고 해도 캐시는 끝까지 잊지도 포기하지도 않는다. 그 무엇이 자신을 가로막더라도 말이다.

따라서 이 영화는 무엇보다 서로를 믿고, 잊지 못하고, 사랑하고 모든 것을 던져서 지키려 한 두 친구의 이야기다. 불신과 괴롭힘에 시달리던 성폭력 사건 피해자를 돕다가 고소당한 소송의 결과가 다가오는 상황에서 이 영화가 던져준 여운은 마음 깊은 곳으로 와 닿았다.

(기사 등록 202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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