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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론의 혁신

7차 노동운동 세미나

by 다른세상을향한연대 2014. 8. 13.

전지윤

 

* 이번에는 7회차 세미나였고 718일에 했다. 이번에도 2009년 성폭력 사건을 계기로 있었던 민주노총의 노동운동 위기와 대안에 대한 대토론회 자료집이 교재인대다가, 세미나가 막바지로 가면서 노동운동 위기와 대안관련한 쟁점이 주로 토론되었다.

이번 세미나에서 제기된 쟁점과 토론 내용을 아래에 정리했다.(정리의 편의를 위해서 질의 응답식으로 정리한 것이다실제로는 많은 부분 다양한 참가자들의 주장과 토론 속에서 나온 내용들이다물론 정리자의 주관이 많이 개입돼서 정리된 내용이라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논쟁됐던 내용에서도 양 쪽의 입장을 동등하게 정리했다기 보다 정리자의 입장으로 써있다는 점을 주의하라토론 때 충분히 정리되거나 답변되지 못한 점도 정리자의 의견으로 보충했다.)

 

* 민주노조 운동이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만을 대변해서 위기가 왔다며 사회연대 전략을 대안으로 제기하는 것을 어떻게 볼 것인가?:

그동안 다함께에서는 이런 주장에 대해 선을 그으면서 왜 대기업 조직 노동자들의 투쟁이 정당하고 그것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조건 향상에도 도움이 되는가를 강조해 왔다. 하지만 이런 접근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먼저 이런 문제의식과 고민에 대해 공감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비록 대안은 잘못됐지만, 이런 고민은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현실의 문제점에서 출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자기 작업장의 부문적 관점에 갇혀서 정치 투쟁이나 전사회적 연대와 무관심하고 경제적 조건 개선 투쟁에만 매몰돼 온 것이 낳은 문제점을 인정해야 한다. 단지 객관적 구조만을 보면서 정규직 임금 인상이 비정규직의 몫에서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는 점만 강조하는 것은 협소하다. 이런 고민이 제기되는 맥락과 사람들의 정서를 봐야 한다.

당장 금속의 영세부품업체 노동자들의 투쟁이나 세월호 투쟁 등에는 연대하지 않은 채로, 8~9월에 가서 현대기아차 노조가 임금인상 투쟁을 하면, 사람들이 그것을 부정적으로 보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다.

물론 단결과 투쟁이 아니라 양보와 투쟁 회피 차원에서 제기되는 사회연대전략은 지지할 수 없다. 예컨대 보건의료노조 지도부는 비정규직의 노조 가입을 닫아두고 있고, 산별 파업을 회피하면서, ‘비정규직을 위해서라며 임금 인상 요구안을 갈수록 낮춰왔다. 반면 작년에 서울대병원노조는 비정규직과 연대하고 실제 파업을 하면서 임금 인상 요구보다는 공공의료 개선 요구를 앞세웠다. 이처럼 단결과 투쟁의 맥락에서 정규직 조합원들의 부문적이고 경제적인 요구를 일부 자제하는 것은 문제라고 보기 어렵다. 이것이 바로 예전 세미나에서도 제기했던 그람시의 헤게모니 전략(북부 노동계급과 남부 농민의 연대를 위한)과 비슷한 맥락이다. 사실 마르크스 자신도 경제적 조건 개선을 위한 투쟁은 시지프스의 노동이고, 결과에만 맞서는 것이라고 한계를 지적한 바 있다.

 

* 정파 갈등이 매우 심각하고 각 정파와 현장조직들도 그것을 문제로 인식하면서도 해결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심화시키는 구실을 하고 있는 데 어떻게 봐야 하는가?:

각 정파들은 자기 중심적인 관점에서, 자신들이 지도권을 잡고 있을 때는 정파 갈등을 해소하자면서 자신을 중심으로 단결하고 비판을 하지 말 것을 요구하곤 한다. 반면에 다른 정파가 주도권을 쥐면 물어뜯는 것이다.

사실 이런 정파 갈등은 자본주의 하의 노동조합 운동이 발전하고, 관료주의와 부문주의가 심화하면서 나타나기 마련이다. 일본에서는 정파별로 따로 노총이 있다고 하고, 유럽에서는 정파별 노총이 메이데이 집회도 다 따로 한다고 한다.

물론 정파 갈등의 심각성과 폐해에 대한 제기 속에 국민파와 중앙파가 통합을 하고, 민주노총이나 산별노조에서 정파통합 지도부를 구성하는 움직임도 진행돼 왔다. 그러나 정파 갈등은 해소되지 않고 있고 오늘날 온갖 분열과 다툼이 노동운동 내에서 계속 진행되고 있다. 패권주의와 역패권주의를 반대하면서, 공동의 과제와 요구를 위한 단결과 단결된 투쟁 속에서의 자유로운 비판과 토론을 강조하는 게 여전히 필요하다.

 

* 노사정위와 사회적 교섭을 어떻게 볼 것인가?:

먼저 자본주의 하에서 노동조합이 투쟁뿐 아니라 협상도 하는 것에 대해서 원칙적으로 반대할 수는 없다. 하지만 우리는 먼저 협상과 투쟁 중에서 투쟁이 우선이고 중심이라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 또 노사정위는 단지 개별 사업장에서의 교섭과 동일시할 수 없다. 이것은 경제 위기에서 계급타협과 고통전가를 위한 이데올로기적 기구라는 점을 봐야 한다. 더구나 이미 역사적으로 노사정위가 했던 구실(정리해고, 근로자파견제 도입)을 노동자들을 경험해 왔다. 사회적 교섭을 민주노총을 얼마나 심각하게 분열시키는지도 겪어 봤다.

따라서 전술적으로 노사정위 참가를 반대하는 게 옳다고 본다. 다만 이런 주장과 설득에도 불구하고 조합원의 압도 다수가 노사정위 참가를 지지할 경우에는 전술적 타협의 여지를 둘 수 있다. 그런 경우에는 참가를 통해서 노사정위의 한계를 입증시키며 탈퇴 후 투쟁으로 연결시켜야 할 것이다. 또 구체적 맥락에서 투쟁의 성과를 확인하고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교섭자리가 만들어진다면, 교섭을 거부하고 끝없는 투쟁을 말할 수 없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반면 이런 전술적 타협의 여지를 둘 수 없고 원칙적 반대 입장을 고수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또 들러리 기구가 아니라 실질적 권한이 있고, 그것이 제도적으로 보장된다면 고려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 김금수, 백석근, 심상정 등이 민주노조 운동이 전략이 없었다거나 2노총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것을 어떻게 볼 것인가?:

이런 사람들은 노동조합 내 우파이고, 말과 행동이 괴리돼 있고 더 이상 노동운동 내에서 좌파들에게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이라는 의견이 있었다. 따라서 이런 의견에 굳이 귀를 기울이거나 진지하게 다룰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다.

반면, 물론 이런 논자들의 주장은 너무 온건하거나 개혁주의적이어서 거부감이 드는 게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이런 개혁주의적 의견도 노동운동 내에서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게 사실이고, 주요한 논자와 쟁점을 형성하고 있으니 고민하고 다룰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관련해서, 김금수는 노무현 정부 때 노사정위위원장으로 노동운동을 공격하기도 했던 사람이지만, 동시에 한국 노동운동에 큰 영향력을 끼쳐 온 사람이라는 점을 봐야 한다. 그의 전략이 없었다는 말은 정확한 지적은 아니다. 사실 한국 노동운동은 이미 90년대말부터 분명히 개혁주의 전략을 채택해 왔다. 단병호 지도부 때 사회변혁적 노동운동론을 말하기 했지만, 그 실내용은 혁명적이었다고 보기 힘들다. 그리고 전략이 없었던 것이 문제가 아니라 이런 개혁주의 전략의 실패로 보는 게 옳다고 본다.

또 제 2노총론은 심상정 등이 말한 것이기 보다는, 좌파노동자회나 노동전선 일부에서 주장했던 것이다. 그 내용은 비정규직과 투쟁적 노조를 중심으로 한국노총도 민주노총도 아닌 제3노총을 만들자는 의견이었다. 하지만 근래에는 이런 주장이 다소 작아진 것 같고, 이런 주장은 일종의 적색노조론의 문제점으로 분석할 필요가 있다.

 

* 민주집중제가 노동조합에도 적용되는 것인가?:

토론은 민주적으로 하고 결정된 것을 실천할 때는 행동을 통일한다는 민주집중제는 누군가 말했듯이 동네 당구 서클이나 취미 동아리도 채택하는 것이다. 따라서 노동조합에도 적용되고 대다수 노조도 민주집중제를 택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대부분의 노조 관료들은 민주집중제를 형식 절차적 다수결로서 단순하게 이해하고 관철하려고 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우리는 민주집중제를 토론과 논쟁의 자유와 이런 토론 속에 가능해지는 정치적 동의를 바탕으로 한 행동 통일로 이해하고 강조해야 할 것이다. 또 노동조합 지도부와 주요한 결정에 대한 평조합원들의 참여, 민주적 통제를 강조할 필요가 있다.


* 모든 조직은 관료화된다고 봐야 하는가?:

모든 조직이 관료화된다는 논리는 막스 베버식의 부르주아 사회학이나 로버트 미헬스의 과두제의 철칙 등에서 나오는 논리이고 마르크스주의적 분석과는 다르다. 마르크스주의는 노조 관료주의를 분석할 때 단순히 모든 조직은 관료화한다는 식이 아니라, 자본가와 노동자 사이의 중재자라는 그들의 사회적 위치가 어떻게 사회적 의식을 규정하는 가를 분석하는 것이다.

 

* 노동시간 단축해도 노동자들은 결국 더 많은 임금을 위해서 잔업과 시간외 근무를 하게 되고, 그러면 일자리를 늘리는 효과가 나타나지 않게 되는 게 문제 아닌가?:

보통 그런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노동시간 단축이 실질 임금의 저하나 노동강도의 강화와 함께 이뤄지기 때문이다. 그러면 노동자들은 줄어든 임금을 보충하기 위해서 잔업과 특근 등에 더 매달리게 되고 그러면 노동시간 단축이 별 의미가 없게 된다.

또 노동강도 강화와 함께 노동시간이 단축되면 사측으로서도 생산 물량에 비해 노동력이 부족한 게 아니므로 고용을 늘릴 필요도 없게 된다. 그래서 현대기아차에서 노동시간 단축과 함께 완전 월급제 등을 요구했던 것이다. 그러면 밤샘 근무를 하지 않고도 어느 정도 임금이 보장되므로 노동자들이 더 잔업과 특근에 매달리지 않아도 될 수 있다. 그런데 현대기아차의 주간연속 2교대는 임금은 어느 정도 보존받았지만 그것을 노동강도 강화와 맞바꾸면서 고용 창출 효과를 내지 않고 있다.

 

* 민주노총 성폭력 사건을 돌아볼 때 피해자 중심주의와 2차 가해를 어떻게 볼 것인가?:

기존의 다함께는 너무 이런 개념에 선을 그으며 거부해 왔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노동계급과 억압받는 사람의 관점에서 세상을 보듯이, 이런 사건에서도 피해자의 관점에서 공감하고 이해하려 해야 한다는 취지와 피해자의 사생활을 공개하면서 평소 행실이 문제라거나 원인 제공을 했다는 식의 언행을 규제해야 한다는 2차 가해 개념도 합리적 핵심은 수용해야 한다.

물론 피해자 중심주의나 2차 가해의 개념에서 너무 자의적이거나 주관적으로 나갈 수 있는 부분 등을 비판적으로 재평가하고 교정할 필요는 있다. 무엇보다 이런 사건에서 중요한 것은 2009년 민주노총 지도부가 취했던 조직 보존주의와 은폐가 아니라 신속하고 투명하게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이후에 금속노조에서는 비슷한 사건을 매우 신속하게 투명하게 해결하면서 아무런 후유증이 남지 않았고 교육적 효과도 컸다고 한다.

 

* 다음 세미나 계획

이번 세미나에서 마지막에 뻥파업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라는 문제제기가 나왔고 이후 토론 쟁점으로 넘겨졌는데, 이 문제를 포함해서 왜 민주노총의 조직력과 자신감이 쉽게 회복되지 못하고 있는지 등을 논의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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