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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과 주장

배제와 차별, 욕설의 무덤 위에 권리가 부활할 것이다

by 다른세상을향한연대 2018. 6. 19.

박철균(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가)

 


[지난 615, 장애인들이 신길역부터 시청역까지 '지하철 연착 투쟁'에 참여하며 신길역 리프트 추락사망에 대한 서울시의 사과와 이동권 보장을 요구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심한 욕설과 증오에 시달려야 했다. 이 투쟁에 함께하면서 쓴 글이다.]

 

1.

지하철에 엘리베이터가 생기기 시작하고, 저상버스가 점점 생기기 시작한 것은 높으신 분들이 마치 산타 선물 주듯이 저절로 준 선물이 아니다. 사실, 지하철 리프트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추락해서 크게 다치거나 심지어는 사망하는 사고가 번번했음에도 높으신 분들은 그냥저냥 넘어갔다. 장애인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들은 언제나 이동권의 불편을 참아야 하는 것, 감수해야 하는 것으로 보여 줬다.

 

그런 사회를 뒤흔들기 시작한 것이 2000년대 초 이동권 투쟁이었다. 장애인 당사자들이 직접 버스를 막고 지하철 선로에 내려가 지하철을 막았다. 장애인도 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싶다고 목소리 외쳤다. 그 당시에 특히나 나이 많은 어르신 분들이 장애인이 집에나 처박혀 있을 것이지, 왜 이 난리냐?”고 욕을 했다. 그 당시엔 인권이 좀 더 좋지 않던 시절이라 장애인이건 비장애인이건 무자비하게 진압하고 연행했다.

 

그 당시엔 많은 사람들이 버스를 막고 지하철을 막아서 운행을 막고 자신의 일상에 차질을 준 장애인을 욕했다. 그런데, 이 장애인 당사자 스스로 크게 만들어 낸 이 목소리와 투쟁이 차별에 가려진 사회에 금을 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교통약자 이동과 관련된 법률이 만들어졌고, 조금씩 엘리베이터 저상버스가 만들어졌다. 재미있게도 그렇게 욕을 하셨던 어르신들이 지금은 지하철 엘리베이터 주요 이용객이 되시고 있다.

 

2.

그런데, 그것이 이동권 투쟁이 완전 끝났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다. 아직도 시외고속버스는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은 단 한대도 이용하지 못하고, 시범 기간도 지지부진 질질 끌고 있다. 프리미엄 버스가 초고속으로 만들어진 걸 비교하면 여전히 장애인 이동권은 느리기만 하다. 폐차하는 버스 대신 교체하는 신차는 저상버스로 교체하는 것도 힘겹다.

 

지하철역에 리프트가 남아 있는 역은 조속히 엘리베이터로 교체한다는 것도 미뤄졌다. 결국 2018년 초, 신길역 환승계단에서 리프트를 이용하려다 장애인 당사자분이 그 낭떠러지 같은 계단으로 추락해서 사망했다. 그 장애인의 죽음은 2018년이 된 지금까지도 장애인의 이동권은 목숨을 걸어야 한다는 것을 보여 줬다.

 

3.

그래서 장애인 운동은 신길역에서 12일 투쟁을 하고, 지방 선거 다음날엔 아예 지하철 연착 투쟁을 했다. 신길역, 대방역, 남영역 등 주요 역에 섰다 탔다를 반복하며 부디 장애인 이동권을 보장해달라고 목소리 외쳤다. 그리고 십여년 만에 수많은 시민들의 욕설을 들었다. 아니, 욕설은 기본 옵션에 휠체어를 탄 장애인 여성활동가를 향해 어떤 남성분은 우산으로 찍어 누르려고 했다는 활동가의 증언, 심지어는 주먹을 휘두르려고 했고, 이 부분은 사진으로도 남게 되었다. 사무실에서는 항의 전화가 걸려 왔고, 전장연 페북 댓글에는 욕설 및 비난글, 격려하고 응원하는 사람에게까지 대댓글로 욕설 글 날리기, 심지어는 페북 메시지에도 도배하다시피 욕설글을 날린다.

 



이런 폭력적인 행동들을 하시는 분들(주되게 어른 남성들, 다만 페북 메시지는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분들이 그러고 있기에 예외는 있다.)은 이 장애인들 때문에 열차가 1,2시간 이상 지체되고 자신의 약속, 출근, 등교가 방해되었기 때문에 내가 저 사람들에게 욕과 폭력행위를 하는 것이 정당하고, 배상해야 한다고 오히려 떵떵거린다. , 자기들에게 피해를 줬기에 너희같은 나쁜 장애인은 자기들에게 이런 취급을 받아도 싸다는 것이다.

 

4.

그런데, 이 나쁜 장애인들에게 모욕과 욕설을 퍼붓는 사람들에게 물어 보고 싶은 것은 이거다. 장애인들이 이렇게 지하철을 막으며 투쟁하기까지 당신들은 관심이 있었습니까? 당신들의 일상은 이런 장애인의 투쟁이 있어야지 큰 변수가 있지만, 이런 장애인의 일상은 당신의 일상과 전혀 같지 않다는 것을 알았습니까? 장애인은 그저 티비에 나오는 대로 동정받고 시혜만 받아야 하고 이렇게 직접 싸우는 것이 안 됩니까?

 

장애인이 죽은 게 뭔 대수냐?”, “누가 장애인 되랬어?”라는 사람들, “너 때문에 나의 일상이 망쳤다며 폭력을 휘두르려는 사람들, “철도교통법을 어겼으니 배상하고 처벌받으라는 사람들... 미안하지만, 여러분은 여러분 스스로가 사회적 약자에 대해선 관심도 없었다는 것을, 그리고 사회적 약자가 목소리 외치는 것은 들으려 하지 않았다는 것을, 장애인의 권리 외침이 자기에게 손해가 된다 싶으면 거침없이 차별하고 혐오하고 그것을 당당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증명했습니다. 그리고 당당하게 혐오와 차별이 일상에 만연하지만 마치 평등이 완성된 듯한 위선적인 사회를 계속해서 뒷받침하고 계신 거죠.

 

난 님들이 장애인에게만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조금이라도 자기에게 손해를 보게 한다고 생각하거나 아니면 자기의 위치를 위협을 한다고 생각하면 여성이든, 성소수자든, 홈리스든, 가난한 사람들이든, 노동자든, 세월호든 거침없이 공격하겠죠.

 

그렇다면 그 손해를 줬다는 대상이 높으신 분이나 기관이라도 그렇게 욕설했을까요? 아니요. 저는 님들 앞에 있는 장애인 당사자분이 자기 기준으로 약자에 불과한데 자기의 일상을 방해했기 때문에 더 분개하고 욕설했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일상에서 무시하고 깔보고 혹은 동정하던 사람들이 앞을 막고 권리의 목소리를 내니 차별의 분노를 하는 것이란 말이에요.

 

하지만, 우리는 계속해서 투쟁할 것입니다. 당당하신 님들이 오히려 정의롭지 않고 비인간적이라는 것을 알기에 말이죠. 우리는 그렇게 하나하나 욕 먹고 얻어 터져가며 투쟁할 것입니다. 우리의 목적은 제도를 바꾸는 것도 있지만, 이렇게 일그러진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인식을 우리의 목소리와 투쟁으로 바꾸어 나갈 것입니다.

 

5.

그렇게 욕하셨던 우리의 투쟁이 여러분의 뜨거운 관심으로 마침내 여론화가 되었습니다. 아무도 관심갖지 않던 사람들, 언론이 우리의 이야기를 듣기로 했어요. 그리고 조만간 리프트 문제로 논의가 되겠고, 우리의 목소리로 마침내 리프트가 있던 자리엔 엘리베이터가 생기겠죠.

 

그렇게 욕하시고 배상하라는 분들, 언젠가 그 엘리베이터 타시면서 생각해 주세요. 그 편한 지하철 엘리베이터 거저 생긴 것이 아니라는 것을, 그 엘리베이터 하나 만들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피와 눈물이 있었는지, 그리고 그 피눈물 자신도 만드는데 한 몫 했다는 것을 생각해 주세요...

 

6.

박경석 노들야학 교장샘이 욕의 무덤 속에서 우리의 권리가 부활한다는 말을 했다. 지난 이동권 투쟁, 그리고 며칠 전 이동권 투쟁에서 사람들이 우리에게 했던 모욕과 욕설, 혹은 폭력적인 모습은 그대로 과거의 무덤 속으로 들어갈 것이다. 그리고 그 무덤 속에서 권리가 부활하여 솟을 것이다. 사회적 약자에게 쏟아낸 욕설을 우리는 쓴약 삼키고 소화하여 마침내 거름으로 만들어서 끝내 장애인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가 며칠 전 상황처럼 함부로 업신여겨지고 욕 먹는 일이 없는 세상, 굳이 지하철을 막아서 목소리를 외쳐야 들어주는 일 없는 인권의 세상을 만들 것이다.

 

배제와 차별, 욕설의 무덤 위에 우리의 권리는 부활할 것입니다. 그리고 만들어 지고 있습니다.

 

6월 15일 '지하철 연착투쟁'을 담은 동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vbbNDeI4I7c&feature=youtu.be


 

(기사 등록 2018.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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