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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한국 박근혜는 쫓겨났다. 다음은 미국 트럼프다

by 다른세상을향한연대 2017. 3. 23.

남수경



탄핵 인용 결정에 세월호가 제외된 것을 슬퍼하는 가족들 



[미국의 좌파 언론 <소셜리스트 워커>에 ‘촛불혁명’의 성과를 보고하는 글이 실렸다. 이 글은 벌써 트럼프 탄핵 주장이 등장하는 상황에서 미국의 투사들에게 영감을 줄 것이다. 이 글의 필자인 남수경은 미국 뉴욕에서 도시빈민, 이주민, 여성, 성소수자 등을 대변하는 공익인권변호사로 일하고 있으며, 법률서비스노동조합(Legal Services Staff Association UAW/NOLSW)의 조합원이다.]  


출처: https://socialistworker.org/2017/03/17/south-koreans-topple-a-corrupt-president



한국의 노동자·민중들이 결국 해냈다.  지난 다섯 달 동안 계속 된 대중시위 끝에 3월 10일 마침내 헌법재판소가 국회의 탄핵 표결을 만장일치로 인용하면서 대통령 박근혜가 공식적으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박근혜에 반대하는 시위는 지난해 10월 말 박근혜를 둘러 싼 부패와 측근 봐주기가 밝혀지면서 시작됐다. 처음에는 박근혜의 오랜 친구이자 측근인 최순실에게 주로 초점이 맞춰졌다. 그가 대통령과의 관계를 이용해 약 7천 만 달러를 재벌들에게서 받아내며 뒷거래를 하고, 장막 뒤에서 국정에 관여한 것이 문제가 됐다.  


하지만 조사가 더 진행되면서 곧, ‘나도 최순실에게 속았다’는 박근혜의 말은 거짓말이라는 게 드러났다. 박근혜는 자신의 권력을 이용해 최순실과 공모해서 세계적인 대기업인 현대, 엘지, 삼성같은 재벌들에게 특혜를 제공하고 수백만 달러의 뇌물을 받아냈던 것이다.


대중의 분노와 항의가 커지면서 박근혜의 지지율은 기록적인 4 퍼센트까지 떨어졌다. 30세 미만의 사람들 사이에 그녀의 지지율은 심지어 0퍼센트였다. 


박근혜의 몰락은 박근혜의 부정부패와 민주주의 파괴에 맞서 매주 거리로 나와 시위한 한국의 평범한 사람들의 커다란 승리를 뜻하며 그들이 가진 강력한 힘을 보여 줬다.


박근혜 반대 시위에는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나온 가족들, 중고생들, 대학생들, 노조원들, 페미니스트들, 그리고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이 모두 함께 했다. 지난 11월에는 농민들이 시위에 동참하기 위해 트랙터를 몰고 전국 각지에서 서울로 상경하면서 주요 고속도로가 마비되기도 했다.


수많은 사람들에게는 이것이 그들이 생애 최초로 참가한 시위였다. 최근 십여 년간의 소강 상태 후에 찾아 온 이번 박근혜 탄핵 투쟁은 한국에서 거대한 시위 문화의 부활을 보여 줬다. 그것은 1980년대말 학생과 노동자들이 거리에서 시위를 하고 공장을 점거해서 결국 성공적으로 군사 독재를 끝냈던 민주화 투쟁의 특징이기도 했다.   


1980년 대와 마찬가지로, 박근혜를 끌어내린 것은 아래로부터 대중 행동 덕분에 가능했다. 지난해 12월 9일 국회는 찬성 234대 반대 56 표로 탄핵안을 결의했는데, 이는 단일 시위로는 한국 역사상 최대 규모였던 230만 명이 참여한 시위로부터 불과 일주일도 안되어서 일어난 일이다. 


국회 탄핵안 표결이 있던 날, 시위대는 국회 앞에 모여 “탄핵!”을 외쳤다. 한 국회의원은 표결 직전에 “국민들의 분노의 함성이 들리지 않는가? 우리는 탄핵 가결을 통해 낡은 체제를 극복해 내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 내야 한다”고 했다.  


심지어 박근혜를 옹호해 온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조차 당의 몰락을 막기 위해 놀라울 정도로 많은 의원들이 탄핵에 찬성했다. 그후 얼마 지나서 새누리 당은 명예가 실추된 박근혜와의 거리를 두기 위한 일환으로 당명을 자유한국당으로 바꿨다.


국회의 탄핵안 가결로 박근혜의 대통령 임무는 정지되었고 박근혜의 심복이었던 총리 황교안이 헌재의 판결이 있기 전까지 대통령의 임무를 대행해 왔다.

 

하지만 시위대는 헌재가 자신들을 위해 판결을 내려 줄 때까지 수동적으로 가만히 앉아서 기다리지 않았다. 매주 주말마다 박근혜 탄핵과 부패와 권력남용에 대해 온전한 수사, 공범 처벌과 적폐 청산을 요구하는 거대한 항의집회와 행진이 계속됐다.


미국의 연방대법원과 마찬가지로 한국의 헌법재판소는 “정치적으로 중립적”이지 않다. 사회의 기존 질서를 유지하는 것이 주요 임무이다. 그러나 기존 사회질서가 강력한 항의 운동에 의해 도전 받을 때 사법부는 그 열망에 귀를 기울일 수 밖에 없다.  


헌재의 재판관들은 모두 박근혜나 그 이전 보수적인 대통령들에 의해 임명되었고, 수많은 보수적이고 논란이 된 판결을 내려왔다. 가장 악명 높은 사례는 2014년 박근혜 정권이 주문한대로, ‘북한을 지지한다’는 이유로 좌파정당인 통합진보당을 강제 해산한 결정이다.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은 8대 1의 판결로 통합진보당을 해산하면서 국가가 정치적 반대자들을 탄압할 수 있는 매우 위험하고 비민주적인 선례를 만들었다. 국제사면위원회는 “최근 남한에서 모호한 국가보안법과 기타 법들이 정치적 반대자와 북한을 지지한다는 혐의를 받은 사람들을 억압하는데 사용되어 왔다”고 통합진보당 해산을 비판했다.   


이토록 보수적이고 문제가 있는 기관이지만, 헌법재판소는 이번에 연인원 1천6백만 명이 몇 개월 동안이나 벌인 시위와 탄핵 지지 여론이 80 퍼센트가 넘는 상황에 직면해, 대중들의 민주적 압력을 거역할 수 없었다.   


3월 10일 마침내 헌재의 결정이 내려진 날, 그 장면은 텔레비전으로 전국에 생중계 되었고, 수 천 명의 사람들이 헌재 앞에 모였다. 탄핵 인용 결정이 선고 되었을 때 사람들은 기쁨의 환호성을 질렀고 “민중의 승리” “새로운 대한민국”이라는 피켓을 치켜 들었다.


헌재의 결정으로 박근혜는 대통령으로서의 면책특권을 잃었고 이제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시위대는 박근혜의 즉각 구속과 범죄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법에 따라 대통령 선거가 60일 안에, 즉 5월 9일까지는 이루어져야 한다.  박근혜의 몰락으로 보수파의 신용도 떨어지면서 문재인이 이끄는 민주당이 권력에 오를 좋은 기회가 주어졌다.


하지만 민주당이 사람들이 원하는 진정한 변화를 가져올지는 의문이다. 작년에 시위대가 박근혜의 즉각 퇴진을 요구했을 때 야당과 자유주의 정치인들은 망설였다. 그들은 대중들의 분노와 에너지를 자신들의 이해관계와 선거에서의 승리에 어떻게 이용할 수 있을까 하는 정략적 계산에 더 관심이 있었다.

 

게다가 한국의 주류 언론은 이제는 “국가를 정상화”하고 “분열과 충돌”을 피해야 할 때라고 설교하고 있다.


하지만 대중들의 분노는 단순히 박근혜가 물러났다고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많은 이들이 이것이 끝이 아니라, 지배층 전반에 퍼져있는 부패를 일소하고 좀 더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만드는 새로운 투쟁의 시작이라고 말하고 있다.


사회의 진보적 변화를 위해 쟁취해야 할 여러 중요한 과제들이 있다. 먼저, 한국 민중들은 오랫동안 국가 경제를 장악해 온 재벌의 경제적 독점과 정치적 영향력을 끊어낼 것을 요구해 왔다.


삼성의 회장 대행이며 1인자인 이재용은 박근혜에게 2000 만 달러를 주고 그 댓가로 각종 이권과 특혜를 챙겼다. 마침내 이재용이 뇌물, 부패 등의 혐의로 구속 수감 되어서 재판을 받고 있다.


이재용의 구속은 오로지 대중들의 압력 떄문에 가능했던 또 하나의 승리이다. 삼성은 오랫동안 국가 경제에 너무나 중요해서 그 리더가 무슨 죄를 지어도 감옥에 가지 않는다고 여겨져 왔다. 이제 박근혜 부패 스캔들에 연루된 현대나 롯데의 중역을 포함한 다른 재벌 총수들도 법의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두 번째로 한국인들은 더 철저한 민주적 권리를 요구하고, 한상균과 이진영 같이 수감 중인 노조원들과 활동가들의 석방을 요구해야 한다.


민주노총 위원장인 한상균은 반정부 시위를 조직했다는 혐의로 2015년에 체포 되어서 5년 형을 받았다. 


전투적인 노동조합원이자 전자도서관 <노동자의 책> 대표인 이진영은 악명 높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1월에 구속되었다. 그는 현재 “폭력 혁명과 국가 변란을 선동”하는 출판물을 공유함으로써 이적행위를 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 또한 지난 2014년 4월부터 지금까지 계속해서 진실과 정의를 요구하는 싸움을 하고 있다. 한국의 서남부 해상에서 침몰한 세월호 사고로 300 여 명이 목숨을 잃었는데, 그 대부분이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가던 고등학생들이었다.

 

밝혀진 바에 따르면 박근혜는 세월호가 가라앉고 있던 순간에 집무실에도 나오지 않고 있었고 탑승객들을 구출하기 위해 필요한 구조활동을 지시하지 않았다. 그래서 세월호 사건에서 직무유기 문제도 탄핵을 소추한 이유중 하나였는데, 헌법재판소는 그것은 탄핵의 이유로 채택하지 않았다. 


따라서, 박근혜가 끌어내려진 것을 기뻐하면서도, 현재 희생자 가족들은 이러한 판결 내용에는 불만이 많다.


또한 계속 진행 중인 또 다른 중요한 투쟁이 있다. 그것은 바로 박근혜 정부가 북한의 군사 위협에 대응한다는 명목으로 미국의 미사일 방어 시스템인 사드(THAAD)를 유치하기로 한 것을 반대하고 철회시키기 위한 투쟁이다.  


중국은 사드 배치를 자국의 안보에 대한 중대한 위협으로 보고, 이를 받아들이기로 한 한국에 대한 경제 재제를 시작했다. 사드 배치는 한반도 평화를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한마디로, 한국 민중들 앞에는 수많은 과제가 놓여 있고 자동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대중운동을 통해 촉발된 변화의 가능성은 사람들이 이 에너지를 박근혜보다 조금 나은 대통령을 뽑는데 쏟아 넣느냐, 아니면 이 엄청난 기회를 지배계급으로부터 독립된 투쟁과 정치적 대안을 건설하는데 사용하느냐에 따라 계속 될 수도 또 순식간에 사라질 수도 있다.

 

하지만 한국 민중은 이미 우리들에게 오만하고 부패한 대통령을 몰아내는 길을 보여 주었다. 트럼프가 집권한 미국에 있는 우리들은 한국 민중의 투쟁에서 배워야 할 것이 많이 있다.  

 

(기사 등록 2017.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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