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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과 보고

화장실도 못 가게, 쇼핑도 못 하게 막는 삼성

by 다른세상을향한연대 2016. 10. 14.

미영

 

 

나는 삼성 직업병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반올림의 농성 투쟁을 지지하며, 간혹 농성에 동참해 왔다. 그때마다 농성 참가자는 삼성 본관 건물의 화장실도 이용할 수 없게 막는다는 말을 듣고 참 어이가 없었는데 최근에 직접 그것을 몸으로 겪게 됐다.

 

918일에 나는 다른 2명의 동지들과 함께 강남역 반올림 농성장을 지키다가, 오후에 구입할 것들이 있어 지하 삼성쇼핑몰에 내려갔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지하로 내려가 쇼핑몰 방향 계단으로 한층 더 내려가려고 하자, 쇼핑몰 입구에 서 있던 경비원이 내 얼굴을 확인하더니 바로 나를 가로막았다.


경비원1남성 : 저기 시위하러 오신 분이죠? 여기 올라가시면 안 되는데요.

: 저는 저기 바로 위에 옷 매장을 구경하려고 왔고, 쇼핑 후엔 조용히 돌아갈 생각이니 올라가게 해 주시는 게 좋겠어요.

 

경비원의 무전기에서 돌려보내. 올라가지 못하도록 해라는 말이 흘러나왔지만, 나는 에스컬레이터에 발을 올려버렸고, 그 경비원은 위로 올라가는 나를 쳐다봤다. 바로 위의 의류 매장에서 옷을 구경하고 나오서 보니 통로 좌우로 커피숍, 화장품가게, 현금인출기 등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더 가보려고 발걸음을 옮겼는데 바로 남성 경비원이 앞을 가로 막았다.

 

경비원2남성 : 여기 더 가시면 안 됩니다.

: 저는 여기 구경하려고 온 거고, 구경만 좀 하고 나갈테니 가게 해 주시면 좋겠어요

경비원2 : (인상을 험하게 쓰고 위아래로 훑어보며 협박하듯이) 시위하러 오신 분은 오면 안 되니, 얼른 나가세요.

: 저기 위에 농성장은 시위가 목적이라 들렀지만, 지금 여기는 이것저것 구경을 하려고 온 것이니 안 잡으셨으면 좋겠어요.

경비원2 : 여긴 개인이 소유한 사적 건물이니 아무나 함부로 들어올 수 없도록 막을 권한이 있어요.

: (지나가는 다른 사람들을 가르키며) 저 사람들과 제가 뭐가 다르죠? 저도 저 분들처럼 쇼핑을 하려고 왔고, 지나다닐 자유가 있어요.

 

그러는 중에 새로운 경비원3과 사복 차림의 남성이 한명 더 왔고, 셋 모두 합세해서 나를 몸으로 밀어붙이기 시작했다. 특히 여성 경비원은 몸으로 나를 밀치며 아줌마라고 부르고 의도적으로 비웃고 모욕하기 시작했다.

 

경비원3여성 : 아줌마, 이렇게 시끄럽게 하는 거 부끄럽지도 않아요?

: 마땅한 권리를 짓밟는데도 가만히 있는 게 부끄러운 거지, 당당히 요구하는 게 왜 부끄러워요?

사복 : , , 이 아줌마 되게 시끄럽네.

경비원3 : 억울하시면 경찰을 불러요 경찰을.

: 경찰도 삼성편이니 부르면 당신들 편이나 들겠죠.

사복 : 경찰이 삼성편을 들면 그건 경찰한테 따질 일이지 왜 우리한테 그래요?

경비원3 : 가게는 저기 밑에도 많으니까, 거기를 가세요.

: 내가 저기를 가건 여기를 가건 그건 내가 선택할 일이니, 상관마세요. 그리고 제가 시위하러 온 사람인지 아닌지 당신들이 어떻게 알아요? 제 얼굴에 딱지라도 붙었어요?

 

이런 식의 다툼이 30여분 가량 지속되고 있는 데, 삼성측이 부른 경찰 2(1,1)이 도착했다. 나는 경찰에게 항의했다.

 

: 저는 여기서 돈도 못 뽑아요? 저는 여기 길도 못 걸어가요? 이게 말이 되는 상황이에요?

경찰 : , 뽑으세요~ , 걸어가세요~

 

이어서 내가 현금인출기에서 현금을 인출하는 동안 경찰 2, 삼성 직원 3, 5명이 뒤에서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 내가 돈을 인출해 뒤를 돌자, 경찰이 다가왔다.

 

경찰 : 이제 뭐 하실 거에요?

: 내가 뭐하는지 전부 보고하고 해야 해요? 내가 가는 곳마다 따라다닐 거에요?

경찰 : 아니에요. 하고 싶으신 거 하세요

 

난 화장품 가게에 들어가 구경했고, 경찰은 가게 입구 앞 복도에서 삼성 사람들과 얘기를 하더니 가게 안으로 들어와 이야기했다.

 

경찰 : 여기서 볼일 보시고 가시면 될 거 같습니다. 저희는 갈게요.

: 모두 걸어가는 길을 저만 못 가게하고 수 십분 실랑이하게 만들고 이게 말이 되나요?

경찰 : 그게, 저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질 않아요. 못 들어가게 하는 게 자기들 일이니.. 아무튼, 볼일 보시고 가세요.

 

너무 명분이 없기에 결국 경찰도 나를 막지는 못했지만, 나는 너무 불쾌한 기분이 곧 다시 농성장으로 돌아왔다. 반올림의 농성이 최근에 1년을 넘겼다. 삼성은 문제 해결은커녕 농성자들이 화장실도 못쓰게 하고, CCTV로 농성장을 24시간 감시하고, 심지어 쇼핑하고 걸어다닐 자유까지 멋대로 제한하고 있다


이런 일이 강남 한복판에서 벌어지고 있는 데 분노할 뿐이다. 갤럭시노트 사태도 우연이 아닐 것이다. 이런 모든 것을 바로 잡기 위해서도 반올림의 투쟁이 반드시 승리하길 응원한다


 1년이 넘게 계속되고 있는 반올림의 농성 투쟁 

 


(기사 등록 2016.10.14)  


  * '다른세상을향한연대’와 함께 고민을 나누고 토론해 봅시다http://anotherworld.kr/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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